by김유정 기자
2007.04.25 10:25:00
국내증시 `성장과도기`..펀드환매 기회비용 손실
판매창구서 운용사까지 장기·분산투자 정착노력 절실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어깨넘어 상투잡는건 아닐까`
국내 주식시장이 1500포인트로 올라서면서 펀드투자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고민거리다. 해외펀드로 쏠리는가 하면, 주가가 너무 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덜컥 환매를 내놓는 투자자들도 적지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성장통` 혹은 `과도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섣부른 환매가 가져올 기회손실 비용이 클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펀드투자에도 `분산투자`라는 기본적 투자원칙을 적용, 국내 주식부터 해외주식, 실물, 섹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자금을 배분하라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투자자와 만나는 판매창구부터 운용사 등 펀드상품 공급자들도 올바른 투자방향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펀드투자도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분산투자`라는 기본원칙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주식투자시 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이 어리석은 방법인 것처럼 펀드투자도 최근 수익률이 좋았다고 해서 해외펀드에 몰아 넣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 성과와 전망, 장·단기 투자전략 등에 따라 국내주식형과 채권형, 해외투자펀드 등으로 자금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우선 국내 투자자들이 판매창구 직원의 권유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분위기를 감안할때 판매창구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익률이 좋은 해외펀드로 갈아타기를 무작정 추천하거나,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쏟아져나오는 신상품들을 고객에게 섣불리 추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현재 시점과 장기적 시장 환경을 고려할때 추천할 국내·외 상품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계웅 팀장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마케팅의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럴 때일수록 국내 주식형펀드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투자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주식형 펀드 환매 현상이 선진 펀드시장으로 발전하는 과도기라는 분석도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를 들여다보면 주로 지난 2004~2005년 사이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차익실현을 위해 환매하거나 신규펀드나 해외펀드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만 하더라도 국내 주식형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투자자들이 일부 해외펀드나 신규펀드로 옮겨가거나 환매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측면에서보면 그만큼 국내 펀드시장에 상품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측면에서 소극적인 모니터링 및 리밸런싱을 거치는 긍정적인 과도기라고 것이다.
박현철 애널리스트는 "지난 2~3년간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 중 일부가 수익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환매하겠다는 식으로 내놓는 환매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2~3년간 수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펀드를 환매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한 펀드에 가입하는 등이 건전한 펀드투자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아울러 펀드 만기는 환매시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동이체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와 판매사들도 펀드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3일 `1500P 이후의 자산운용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주가 1500시대에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펀드투자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한국증권은 "국내 주식형펀드로 신규가입하는 것은 위험을 고려한 수익기회가 양호하다"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측면에서 해외펀드에 대한 적절한 비중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증권 뿐만 아니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펀드 리서치팀을 보강하고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펀드투자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최근 달라진 모습이다.
김재동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웹사이트를 통해 매니저들의 펀드판매 전략과 자료 분석 등을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면서 "판매사들에게 펀드분석 자료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증시 흐름을 분석해보면 과거와 같이 `오르면 판다`는 식의 투자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같은 분석을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 증시 급락 등으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는 등 이벤트가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환매하지 않았거나, 신규 투자하기 시작했던 투자자들과 당시 환매했던 투자자들을 비교해보면 환매한 투자자들의 기회손실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도 국내 증시 장기 전망을 토대로 지속적인 투자설명회를 유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KB운용 관계자는 "적립식펀드 3년만기가 환매 시점인 것으로 오해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판매사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선 5년 이상 장기투자자에게 추가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통해 펀드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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