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는 선물옵션)파생상품 중흥기

by서동필 기자
2005.10.25 13:55:00

[이데일리 서동필 칼럼니스트] 다다익선(多多益善)일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일까? 주식옵션이 결제 방식을 현금결제 방식으로 변경하여 새롭게 거래가 시작됐고 스타지수선물(11월7일)과 ELW(12월1일) 시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라인업을 보면 상당히 다양해졌다.

개별주식옵션은 결제방식을 현물결제방식에서 친숙한 현금결제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현물 인수도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또 종목을 과거 7개에서 30개로 늘려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지수선물은 거래가 사라져버린 코스닥50을 대체하게 된다. 과거에 거래소 시장과 양분되어 KOSPI200 선물/옵션과 동일한 계좌로 거래할 수 없었던 번거로움을 해결하여 친(親)투자자 정책을 보여줄 계획이다.

올해 도입되는 마지막 상품이 될 ELW는 기초자산(주식)을 대상으로 증권사에서 옵션을 발행하고 일반 투자자들은 콜 또는 풋을 매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지수옵션과 흡사하지만 발행사에 따라 조건이 다르고 매수만 할 수 있다는 점이 다소 상이한 부분이다.

올 하반기에 세 종류의 파생상품이 개편 또는 신규로 거래가 되지만 그 안에 포함된 종목 수는 생각보다 많다. 개별주식옵션은 30개 종목, 스타지수선물은 1개 지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ELW의 경우에는 100 종목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조합한다면 경우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아진다. 이미 세계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KOSPI200 선물과 옵션이 있고 앞으로는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KRX100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을 상장시킬 계획까지 만들어 놓고 있어 파생상품시장은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가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각각의 상품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어떻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가 문제다. 기관투자가들은 신규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만 정작 유동성을 공급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개인 투자자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KOSPI200 선물과 옵션을 통해서 파생상품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품이 짧은 기간에 많이 출시되어 변별력이 떨어져 오히려 외면을 당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주식옵션은 지수선물/옵션의 택했던 현금결제방식이 아닌 현물결제방식을 택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종결제일에 결제를 위해서 실제로 주식이 인수도되면 콜을 매수하고 권리를 행사한 투자자는 주식을 받고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주식을 되팔아야 했다.

주식을 인수받고 매도하는데 시간차가 발생해 주식가격이 변화하여 기대했던 이익과 실현이익이 달라지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콜을 매도한 투자자는 권리행사를 당했을 경우 공매가 어려워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여 주식을 인도하여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등 현물결제방식에 따른 불편함이 많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결제방식을 현금결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주식옵션이 갖는 메리트는 지수에 비해 주가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투기자들에게는 다이나믹한 투자기회가 제공되고 기관 투자가들은 기초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기관 투자가 입장에서는 많은 파생상품이 거래될수록 헷지 수단이 늘어나 좋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다변화돼 좋다. 거래종목이 30개에 이르기 때문에 국지적으로 헷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옵션을 바스켓으로 만들어 커버드 콜과 같은 형태의 전략도 가능하다.

주식을 보유해야만 하는 기관의 경우도 풋을 매수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으로 헷지를 할 수 있다. 풋가격이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어 쉽게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또한 보유했던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면 콜을 매도하고 정리할 경우 매도 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상품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투자수단이 많아도 투자자가 동일하다면 시장을 서로 빼앗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인덱스 옵션 투자자들이 주식옵션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개별주식옵션으로 온다고 해도 30개 종목으로 투자가 분산되기 때문에 전종목에 걸쳐 고른 투자가 나타나기 힘들다. 신규 투자자 없이 지수옵션에 투자하던 투자자들만이 개별주식옵션으로 이동하는 차원이라면 시장 규모의 성장은 기대 이하가 될 것이다.



주식옵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빠른 수익확보를 즐기는 투자자들로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주식옵션은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높고, 모멘텀 플레이도 가능하고, 시세조종도 가능해 '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이 될 것이다.

60만원이나 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못사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삼성전자를 사는 효과를 누려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의 매력을 아는 투자자들은 이미 지수옵션에서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에 국한될 것이다. 새로운 투자자들이 생기기보다는 기존 지수옵션 투자자들이 활동무대를 지수에서 주식으로 옮기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별주식 중에서 지수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거나 변동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 관심의 중앙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은 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아야 벤치마킹할 대상이 생겨 방향성 매매뿐 아니라 차익거래 전략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변동성이 높으면 기관투자가들의 경우에는 매도 매력이 생기게 된다.

특히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경우에는 커버드 콜 전략을 취할 수 있어 변동성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게 된다. 종목간의 상관관계가 높으면 종목간 페어트레이딩도 가능하다. 종목간 상관관계가 떨어지게 되면 개별적으로 방향성 매매에 국한될 수 밖에 없어 매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지수옵션 대상 중 주가 수익률의 변동성(90일)이 가장 높은 종목은 INI스틸, 한진해운, 삼성증권 등이고 변동성이 낮은 종목은 삼성SDI, LG전자, KT 등이 대표적이다.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의 특징은 ELS와 연계된 대형주들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개별주식을 기본으로 하는 ELS가 대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형주들의 변동성은 낮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기관 투자가들의 관심사인 변동성은 ELS시장의 구조변화가 나타나야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변동성이 증가해야 주식옵션시장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옵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수옵션과는 달리 원월물 거래도 일어나야 한다. 최근월물에만 매매가 집중되면 차근월물에 적정한 가격을 매기기 어려워져 복합상품에 이용되기 어려워 진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만기가 긴 옵션을 선호하게 된다. 최소 유동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결제월이 먼 옵션이 거래가 될수록 옵션은 기관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다.

전문가 집단인 기관투자가들도 투자에 제약을 받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전략적인 포지션 관리를 위해 주식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전략적 필요에 의해서 옵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러 종목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옵션 포트폴리오를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친숙한 종목에 대해서만 편향된 투자를 할 것이다. 30개 종목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30종목에 고른 관심을 보일 바에야 그냥 지수 옵션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익숙할 것이다. 주식옵션이 활성화된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몇몇 종목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옵션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제도 완화, 증권사의 시장조성 노력, 시세조종 방지 등과 같은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옵션은 공매도 개념이 포함된 상품이다. 옵션으로 주식을 복제했을 때 주식과 가격을 비교해 자유롭게 싼것을 사고 비싼것을 팔 수 있어야 가격의 효율성도 증대되고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보강해 주기만을 손 놓고 기다리면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ELW시장은 LP(Liquidity Provider, 유동성 공급자)가 있어 유동성이 보강될 수 있지만 주식옵션시장에는 유동성을 공급해 줄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의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필요하다.

시세조정이 발생해 옵션가격이 급변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주식의 가격이 예측 가능한 변화를 보여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특정주식의 가격이 왜곡된다면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시세조종을 방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가격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급변동한다면 투자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