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전문가시각(25일)

by제이스김 기자
2000.10.26 06:46:25

캐나다 국적의 텔레콤장비업체 노텔 네트웍스가 25일 뉴욕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에 안겨준 충격은 "북풍"이라고 불릴 정도다. "실적 부진"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릴 만한 상황이었는데 예상치않았던 노텔이 이 화두를 다시 끄집어내면서 나스닥을 폭락시킨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노텔이 아마도 실적 부진이라는 대형 폭탄을 뉴욕 증시에 떨어뜨린 마지막 회사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노텔까지 무너짐으로써 이제 투자자들의 기대수준이 완전히 낮아지게 될테고, 따라서 이번과 같은 초대형 폭탄이 다시 터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으로 나스닥시장이 당분간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머지않아 바닥을 확인하면서 본격 상승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캔터 피체럴드의 수석 애널리스트 빌 미핸은 "대형 첨단기술주의 실적부진이라는 충격이 또다시 나타났고, 이게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터넷주식이 실적 부진으로 깡통을 차게 된데 이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더니 이번에는 광섬유(화이버 옵틱스)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광섬유분야는 올들어 다른 나스닥종목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많이 올랐던 부문이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이 더 큰 것같다. RS인터넷에이지 펀드의 매니저 캐시 베이커는 "노텔의 실적 부진은 그동안 좋지않은 경제환경아래서도 좋은 실적을 냈던 회사들마저 이제 서서히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게 됨을 실감케했다"고 말했다. 스톤 앤 맥카시의 애널리스트 조 리로는 "기대가 컸던 주식이 실적부진을 밝힐 경우 실망도 그만큼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노텔의 실적부진이 대량 매도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로는 또 뮤추얼펀드의 세금신고마감일이 이달 말일이기 때문에 절세를 위한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매도압력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뮤추얼펀드의 경우 상승종목의 수익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하락종목을 매도, 평가손을 현실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로는 "경제 기본여건(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은 편이지만 증시는 여전히 이렇다할 견인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상황에 대해 리튼하우스 파이낸셜의 투자책임자 존 워터맨은 "투자자들이 방어적으로 행동하면서 첨단기술주를 팔고 헬쓰케어나 소비재주식들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치주쪽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모멘텀투자(본질적인 가치보다는 시장 분위기, 즉 상승 또는 하락분위기에 맞춰 투자하는 기술적 투자기법)가 일어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워터맨은 그러나 첨단기술주를 포함한 뉴욕 증시가 조만간 바닥이 드러나면서 다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평가를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완전히 끝날때까지는 일정 범위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현상이 지속되겠지만 이후에는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특히 첨단기술주가 작년과 같은 급상승세를 나타내진 못하더라도 여전히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종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