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씨엠생명과학, 최대주주 변경에도 관리종목 지정 위기 여전[퇴출 위기의 바이오]

by김새미 기자
2025.03.13 09:50:42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일었던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이 올해는 ‘관리종목 지정 위기’라는 암초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지난해 10월 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송기령 기타비상무이사(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에스씨엠생명과학은 2022년 3월 창업주 고(故) 송순욱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위기를 겪었던 업체다. 송순욱 대표의 아내인 송기령 대표(당시 기타비상무이사)는 지분을 상속 받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소유와 경영 분리를 내세우며 실질적인 경영은 오형남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오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송 대표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송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송 대표 측이 제시한 이사선임안도 가결됐다. 이에 따라 송 대표는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고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추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송 대표의 지분율은 16.89%로 특별관계자인 정선영 씨(0.1%)와 레오나드아리프압둘샤타르 씨(0.08%)의 지분까지 합하면 17%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주식담보제공 계약을 맺고 있어 담보권을 전부 실행할 경우 지분율은 6.53%로 급감하게 된다. 현재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최대주주 이외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없다. 때문에 최대주주가 변동될 경우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2023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 117%,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74.2%로 집계돼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험도 감지된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18억원으로 자본금(102억원)가 근접했다. 자기자본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면 4분기에 부분자본잠식에 돌입하게 된다.

현금난도 심각한 상태였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3분기 말 23억원에 불과했다. 회사 운영에 매 분기 30억원대의 비용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지난해 4분기에도 회사 운영이 녹록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업무효율성 제고를 추진했다. 올 초에는 미국 재생의료 바이오클러스터 ReMDO(Regenerative Medicine Development Organization)의 일원으로 글로벌 재생의료 발전을 위한 연구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송 대표는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으나 아직 SI 유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기존 경영진은 송 대표에게 잠재적인 해외 투자자 정보를 공유하고 지난해 말 회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모두 실패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SCM-CGH’ 임상 2상이 실패하면서 연구개발(R&D)의 동력이 상실됐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2022년 8월 ‘SCM-AGH’의 급성 췌장염 환자 대상 임상 1/2a상도 실패했었다. 그나마 SCM-AGH의 중등증~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선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지만 1차평가지표가 12주 EASI-50 달성률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에스씨엠생명과학이 지난해 12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록키자산으로부터 인천시 남동구의 록키지식산업센터 8층 전체를 45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산총액 대비 17.52%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제조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당 부동산 거래를 위해 에스씨엠생명과학은 회사 보유금과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막상 부동산 거래대금으로 사용할 현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해당 계약의 잔금인 40억원의 지급일을 올해 1월 17일에서 2월 17일→3월 31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일각에선 송 대표가 다시 구주 매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인수합병(M&A) 시장에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최대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회사 측은 “현 경영진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대해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지난해 9월 입장을 바꿔 최대주주가 M&A에 나섰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당시 경영진은 “M&A를 추진하는 권유자(송 대표)와 M&A 시도에 사임하는 이사들께 끝까지 화합하자고 3월 15일 전체 이사회 메일로 호소했다”면서 “현 경영진은 명확한 경영권 매각 의도를 갖고 구체적인 행동을 추진하는 권유자의 요청사항을 5월 22일 정기 이사회에서 반대했다”고 알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