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결성 마무리 중 '계엄 날벼락'…내년 걱정에 속앓이 하는 PEF[마켓인]
by박소영 기자
2024.12.10 04:53:05
올해도 힘들었는데…계엄 후폭풍에 노심초사
내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계속될 듯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와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가져올 여파, 더딘 금리 인하 속도까지….
연말까지를 기한으로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내년 각종 변수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비상계엄 선포가 몇 시간 내 해제되면서 운용사들이 펀드 결성을 마무리 짓는 데에는 별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증시 저평가)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해외 출자 지연과 인수·합병(M&A) 딜(deal) 감소 등 내년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특히 중소·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올해도 심했던 자금조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심이 깊은 모양새다.
9일 국내 IB 업계에 따르면 불안정한 국내 정세의 여파가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공동운용(Co-GP) 펀드 조성으로 살길을 모색할 전망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올 한해 중소 사모펀드사들이 자금력 있는 대형 하우스들과 Co-GP 펀드를 조성하려 분주히 움직였다”며 “출자자(LP) 자금 자체가 시장에 넉넉한 편이 아니라 주변을 보면 주요 연기금·공제회 출자 사업에 블라인드·프로젝트 가릴 것 없이 도전하는 분위기가 상당했는데, 문 닫힌 곳들이 워낙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신규사들의 진입은 계속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업력이 풍부한 대형 하우스의 펀드 운용을 LP들이 선호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더딘 금리 인하 속도와 경기침체 여파로 LP들이 모험자본이나 리스크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라 올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며 “은행권을 중심으로 출자가 줄기도 해 중소형 GP들이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관련 시장은 대형사 위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중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동향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GP는 422개사로 집계됐다. 출자약정액 기준 1조원을 넘는 대형사가 37곳, 1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중형사가 157곳, 1000억원 미만을 다루는 소형사가 228곳에 달했다. 이중 대형사 37곳이 운용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규모는 2022년 60.4%에서 지난해 64.5%로 비중이 증가했다. 중소형사 비중은 같은 기간 39.6%에서 35.4%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내년에 더욱 심화할거라 보고 있다. 불안정한 국내 정세 요인과 높은 금리를 이유로 이전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펀딩 시장이 조성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LP 자금은 기존 대형 하우스에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침체가 해소되려면 적어도 몇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국내에 다양한 요소가 겹쳤기 때문에 글로벌 LP 자금 유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형 하우스들도 올해 수준 정도로 해낸다면 굉장히 잘한 수준일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