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지시에 따른 것" 도끼 휘두른 男, 과거엔 靑차량돌진[그해 오늘]
by김혜선 기자
2024.08.13 00:01:02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20년 8월 13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한복판 어린이집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러 시민을 다치게 한 A씨는 과거 자신의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로 차량 돌진을 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6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교회 어린이집에서 여성 3명에 손도끼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자신의 친형이 소송비용 3000만원을 지원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형을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형이 근무하고 있던 교회로 찾아간 A씨는 일면식도 없던 60대 할머니를 보자 손도끼를 휘둘러 그를 다치게 했다.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A씨는 교회 문화센터 안으로 들어가 다른 30대 여성에 손도끼를 휘둘러 그의 손가락을 절단시켰다. 인근에 있던 또 다른 30대 여성도 A씨의 공격에 쓰러져 크게 다쳤다.
양 손에 도끼를 든 A씨는 교회 입구에서 형을 마주쳤다. A씨의 형은 그를 보자마자 도주했고, A씨는 그를 살해하기 위해 약 1.5km를 쫓아 달렸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성령과 뇌파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법원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정했지만, 이러한 점을 형을 감경할 요소로 인정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형을 살해하려다 우발적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들어 병의 정도가 가벼웠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환청, 망상, 비논리적 사고, 판단력 손상, 병식 손상 등의 증상이 발견되기는 하나, 의식과 지남력, 기억력, 인지능력은 평균적인 수준이거나 그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자신의 회사에게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이후 2015년 1월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차량으로 청와대에 돌진해 경찰관을 다치게 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는 각종 민형사 재판을 받으며 친형에게 소송비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 법원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 오다가, 결국은 살인미수라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A씨의 재범 위험이 높다고 짚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배심원 9명이 모두 유죄 평결했다.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검사 측도 형량이 적다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A씨 측은 같은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