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19cm에 몸무게 12kg…‘오물집’서 사망한 10세 [그해 오늘]

by강소영 기자
2023.11.29 00:02:0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7년 11월 29일, 10살 짜리 아들에 분유만 먹이는 등 돌보지 않아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부모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모(49·여)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권모(52)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발견된 10세 A군은 사망 당시 키 11㎝에 몸무게 12.3㎏으로 매우 마른 상태였으며 머리카락 길이는 26㎝에 달했다. 발톱도 길게 자라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집 안은 오물로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의 부모인 홍씨와 권씨는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 2007년 A군을 낳았다. 그런데 이들은 A군에 분유만 하루에 3~5차례 먹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분유 외에 다른 것을 먹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예방접종 외에는 외출도,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기에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A군은 온전한 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10세임에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옹알이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밖에 없었다.

엄마 홍씨는 만성 우울증과 사회공포증,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출산 후 거의 외출하지 않고 아들과 집에서만 지내왔다. 유일하게 바깥과 단절되지 않았던 직장인 아빠 권씨는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차는 집 안을 치우거나 아내와 아들을 걱정한 기색은 없었다.



A군의 초등학교 입학 또한 유예됐다. 2016년 3월 의사에게 A군의 인지·언어·사회성 발달이 심하게 더뎌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야 할 시기에도 A군은 홍씨와 권씨의 방관 속에 말라 갔다.

결국 A군은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분유만 먹다가 영양실조와 탈수로 그해 7월 13일 숨을 거뒀다.

이후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분유만 먹이고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집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 부모로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채 유기해 결국 숨지게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할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앞으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점, 홍씨의 경우 (우울증 등으로) 심신 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