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앞둔 캐리 매수 전망…낯선 고금리 장기화 시대[주간채권전망]

by유준하 기자
2023.09.24 07:00:00

고금리 장기화 시대 공식화…줄어든 금리 인하 기대
12월 FOMC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서서히 상승세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 부재, 10월 잘 넘겨야"
연휴 직후엔 2조3000억원 규모 30년물 입찰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 주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영국은행(BOE),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를 소화한 국고채 시장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캐리(채권보유수익)를 노린 매수와 미국채 금리 동향, 국내 소비자심리지수 등 경기지표를 주시할 예정이다. 고금리 장기화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의 뚜렷한 방향성은 당분간 부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
한 주간(18~22일) 한국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공식화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재료다.

FOMC에서는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지만 시장이 예상하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진 데다 인하 폭도 좁아졌다. 6월 기준 점도표에선 올해 5.6%까지 인상을 실시한 후 2024년 4.6%로 100bp 인하, 2025년에는 3.35%로 125bp 인하가 제시됐지만 9월에는 2024년 5.1%로 50bp 인하, 2025년은 3.9%로 125bp 인하가 제시됐다.

내년 기준 25bp씩 총 4번의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올해 한 번의 추가 인상과 내년 두 번의 추가 인하, 사실상 내년까지 총 한 번의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금리 하방 폭이 줄어든 셈이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이다.

국고채 2년물 금리는 전주 대비 1.2bp(1bp=0.01%포인트) 오른 3.886%, 3년물 금리는 2.6bp(상승률 0.67%) 오른 3.876%로 집계됐다. 5년물은 4bp(1.03%) 오른 3.921%를 기록했다.

장기물은 1% 미만 상승률의 단기물과는 달리 1%대를 웃돌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주 대비 7.3bp(1.85%) 오른 4.001%로 호가됐다. 국고채 20년물 금리는 7.2bp(1.88%) 오른 3.886%, 30년물은 6.3bp(1.67%) 오른 3.835%를 기록했다. 3년 국채선물은 같은 기간 7틱 내린 103.08을, 10년 국채선물은 58틱 내린 108.12를 기록했다.

한 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3년물 이하를 보면 지금 3.5% 기준금리 대비 사실상 두 번의 인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이 정도면 캐리로도 가져갈 수 있는 수준인데다 정부의 단기자금시장 관리로 단기물 쪽 매수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고금리 장기화를 선언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열려있다는 연준과 달리 시장은 연내 동결을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73.7%로 반영됐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26.3%였다. 인상 가능성은 전주 27.1% 대비 낮아졌다.

반면 12월 인상 가능성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위기이나 여전히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동결 가능성은 54.8%, 인상 가능성은 45.1%로 집계됐는데 인상 가능성의 경우 전주 39.2% 대비 상승했다.

이는 국제유가에 따른 매크로 물가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지시간으로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 0.40달러(0.45%) 상승한 배럴당 90.03달러를 기록하며 재차 90달러 대를 넘어섰다. 급기야 JP모건은 내년에 이어 내후년에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150달러선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놔 경계심을 키웠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불투명성과 10월이라는 계절적 변동성까지 겹쳐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외국계 은행 채권 운용역은 “당분간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정책회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표들만 나오는 시기가 이어진다”면서 “캐리 매수 등이 종료된 추석 이후에는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한국 경기가 여기서 추가로 더 나빠질 것 같지도 않다”면서 “당분간 10년물은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하방 보다는 여전히 상방 리스크가 커 보인다”고 봤다.

물론 국내시장은 긍정적으로 볼 만한 재료들도 있다. 이번달 국고채 발행 계획 규모는 지난달 대비 2조5000억원 감소한 8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데다 한국은행이 단기자금 유동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며 단기물 심리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추석 전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추가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주 주요 이벤트로는 오는 25일 통화안정증권 91일물 1조3000억원 규모 입찰과 26일 한국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정됐다. 연휴 직후인 내달 4일에는 2조3000억원 규모 30년물 입찰이 있다.

자료=마켓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