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매각 시동 건 ABL생명…금융지주 참전 가능성 주목
by김근우 기자
2023.07.26 05:59:56
매각가 3000~4000억원 거론
K-ICS 163.3%·총자산 17조원
금융지주사 등판 가능성 여전
''성숙기'' 생보업계 재편 가속화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ABL생명이 매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금융지주사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KDB생명 역시 하나금융지주가 본입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 예비입찰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3~4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ABL생명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지난해 말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원매자를 물색해온 바 있다.
법률 자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맡았으며, 매각가로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ABL생명 지분 100%다.
ABL생명의 올 1분기 기준 총자산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16조9870억원, 자본총계는 8903억원이다. 올해부터 적용된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63.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넘었다.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이전 111.4%를 기록했으나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를 적용한 이후 권고치를 상회했다. 경과조치는 지급여력비율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해 보험회사가 새로운 제도에 순조롭게 적응하기 위한 조치사항으로,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보고 및 공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시된다.
ABL생명 예비입찰에는 PEF 운용사만이 관심을 보였으나 이후 본입찰에서 금융지주사가 인수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앞서 KDB생명 매각에서도 다수 PEF 운용사가 본입찰 전부터 관심을 보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만이 참여한 바 있다.
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 운용사들이 금융지주의 출자를 받아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PEF 운용사가 금융지주의 출자를 받는다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ABL생명의 전신은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으로, 지금의 한화생명보험이 된 대한생명 다음으로 국내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생명보험사다. 한 때 자산을 기준으로 업계 4위에 오르는 등 성장세를 보였으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독일 알리안츠 그룹에 매각된 바 있다.
이후 꾸준히 영업을 이어오다 유럽 경제위기 이후 손실이 누적되며 사세가 기울자 2017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됐다.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사기·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중국 금융당국이 비상경영을 위해 설립한 다자보험그룹이 위탁 경영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생보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계 생보사들의 국내 시장 철수가 이어지고 있으며, M&A(인수·합병)를 통한 시장 재편이 이뤄질 적기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KDB생명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가 선정되는 등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며, 동양생명 역시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생명보험사가 철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시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