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부담 낮추는 게 개혁 1순위…총선 전 합의 기대"

by이지현 기자
2023.03.16 03:37:01

[전문가 좌담회-연금개혁 해법은②]
윤 정부 연금 위기 제대로 짚었지만…지지부진
2055년 이후부터 수지적자…미리 대응 경고사인
총선 전 합의 가능성 巨野 구도 개혁 부담 줄일수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연금개혁 수레바퀴는 헛돌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1월부터는 민간자문위원회에 연금 개혁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4개월이 지났음에도 합의안 마련은 요원한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다. 지난해 기금손실은 80조원,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8.22%나 된다. 2021년 기준으로 산출된 재정 추계에 따르면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을 65세가 되는 2055년에는 연금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반영한다면 기금 소진 시점은 더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건호(오른쪽부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연금개혁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통일로 이데일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성공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국회 연금특위 산하 자문위원회에 참여 중인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학계를 대표해선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시민사회 대표로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함께했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금 소진 전 완전부과방식으로의 변경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완전부과방식은 연금급여를 줘야 할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에 맞게 급여액을 조달하는 재정방식이다. 내가 현재 내는 보험료가 내 몫으로 적립되지 않고 현재 연금수급자의 연금지급 재원으로 쓰인다. 젊은 세대가 내는 보험료를 고령세대가 연금으로 받아 가는 형식이다. 현재 계산에 따르면 2055년에 고갈 시 보험료율은 28%에서 최고 3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석재은 교수는 “연금개혁을 미룰수록 부담이 수용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갈 가능성 크고 위기 현실화될 가능성이 분명하다”며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연금개혁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진행상황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응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연금요율이 현재 9%에서 15%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 연금특위 산하 전문가위원회 공동위원장들까지 나서서 부인하며 연금개혁에 오점을 남겼다고 봤다. 석 교수는 “15%에 대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방어했어야 한다”며 “노동인구가 많을 때 고통을 분담하자고 정치적으로 해석해줬어야 한다. 개개인 유불리로 보면 ‘내가 왜 손해보냐’라고 해석되지만, ‘내 자녀가 감당 못 하고 못 받을 수 있다’라는 관계적인 논리로 해석해주면 다르다. 이게 정치의 몫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조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시간을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한번에 호랑이라도 크게 잡을 것처럼 나서면 안 된다”며 “정년연장 합의 과정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남은 문제로 논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도 걸림돌이다. 난방비 등 각종 물가 인상 폭탄에 연금 인상까지 더해질 경우 총선에서 표 이탈이 생길 것을 우려한 정치권이 연금개혁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선거전인 현재가 개혁의 적기라고 봤다. 남 위원은 “연금개혁을 두 번이나 한 진보가 현재 큰 야당이라는 정치구도가 오히려 연금개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정부가 큰 야당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연금개혁 그림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총선전 합의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연금개혁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오건호=(국민연금 납부) 핵심 집단인 베이비부머가 올해 기준으로 (모두 은퇴하며) 다 빠져나간다. 이들이 빠져나간 이후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떨어진다. 무작정 개혁을 미루면 안 되는 이유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국민도 정치권도 전문가그룹도 개혁 의지와 열의가 높다.

△남재우=전 정부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연금개혁을 윤석열 정부가 시작한 것은 팩트다. 연금을 개혁하면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개혁을) 실패하고 마는데, 지금은 연금개혁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상태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윤 정부가 제대로 짚었고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만약에 안 한다면 연금개혁을 지체한 것 자체가 총선에서 유리하지 않을 거다.

△정용건=박근혜 정부 당시 공무원 개혁은 국회에서 사회적합의를 통해 만들어 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때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경사노위로 보내버렸다. 노사가 다수안과 소수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안을 보내지 않으면서 우리만의 논의로 끝났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도 (개혁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이 든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처음엔 자문위원회에 ‘모수개혁’ 중심으로 개혁하라더니 최근 발표 땐 ‘구조개혁’으로 얼굴을 확 바꿨다. 보험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면서 방향을 틀라고 지시한 것 같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이번에도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재우=연금개혁의 동력으로 고갈론을 계속 써왔는데 부적절한 것 같다. 연금이 고갈되면 못 받는다는 건 팩트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고갈=완전부과방식(pay-as-you-go·PAYG)으로의 이전’으로 해석하는데 그걸 전제로 해서 합의를 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완전부과방식이란 게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는 부과방식으로 갈 수 없단 게 결론이고 부과방식으로 가면 문제가 크다.

△오건호=고갈이라는 걸 연금에선 부과방식이라고 한다. 부과방식은 그해 지출해야 하는 걸 그해 납부자가 감당하는 거다. 기금의 많고 적음은 그 나라 역사와 관련 있다. 연금 제도를 일찍 시작한 나라들은 일찍 소진되고 짧게 시작한 나라는 기금이 남아 있는 거다. 그런데 기금의 있고 없음의 문제보단 그 시점의 수지를 봐야 한다. 서구는 지금이나 70년 후나 수입과 지출이 같다.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개혁하는 것도 10년 후 수지 적자가 조금 생길 거 같으니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하는 거다. 우리나라도 해보니 수지적자가 생길 것 같으니 개혁안을 낸 거다. 우린 2055년 그 이후부터 수지적자가 급격하게 생기는 구조다. (올해는 나오지 않았지만) 4차 재정계산 때만 해도 가장 많아질 땐 GDP 대비 6.6%까지 나왔다. 다른 나라는 수지 균형을 계속 유지하는 제도를 만들어놨고 우린 소진 이후에 엄격히 적자인 구조다. 소진 이후에 재정 상태가 너무나도 다름에도 “너무 걱정마세요. 서구는 걱정 없이 연금을 받아요”라고 하는 건 연금 재정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시점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는 데, 정부가 대안을 못 주는 게 문제다. 신뢰할만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게 핵심이다.

△석재은= 기금소진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시그널로 이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기금소진=연금지급 불능’으로 이해하는 언론의 기사도 기금소진을 앞서 보여주는 것을 위협징표로 삼기보다, 소진 이후 감당해야 하는 보험료율의 크기가 수용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사인으로 삼아야 한다. 기금이 소진돼도, 부과방식으로 전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선진국도 다 준다’는 식의 낙관론으로 가선 안 된다. 부과방식으로 가는 것 자체가 지급불능은 아니나 부과방식으로 가기 전에 연금보험료를 최대한 미리 부담을 시켜서 수지균형상태로 어느 정도 만들어줘야 한다.

△남재호·석재은·오건호=현재 계산에 따르면 2055년에 고갈 시 보험료율은 28%에서 최고 35%까지 올라갈 거다.



△정용건=부과방식으로 가면 아무런 문제 없다고 우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인구구조가 급속히 나빠지면 이후 청년 부담이 너무 과도할 거다. 사전에 보험료 인상을 좀 하자는 거고, 평탄화되면 장기채를 발행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거다. 재정도 자본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연금개혁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석재은=연금특위에서 처음엔 모수개혁 중심으로 하다가 나중에 구조개혁으로 논의를 넘기면서 모수개혁의 힘이 빠지고 폄하되는 모양새가 돼서 유감스럽다. 이번 개혁은 청년으로부터 정치적 신호탄 나왔다. 연금보험료 인상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어도 청년을 위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단 논리에서 지지를 받았다.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본다. 청년세대 부담을 낮추는 게 1순위다. 그 판단에선 단일안을 내는 게 더 중요한 목표이고 그래야 정치권이 압박을 느껴서 했을 것이다. 그 부분이 아쉽다. 전문가의 에고(ego)가 너무 셌다. 연금개혁 논리를 더 크게 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고 이를 위한 약간의 양보가 필요했다.

△남재우=(특위 전문가자문위에) 몸담고 있고 아직 (활동이) 안 끝나 현재 평가가 부적절하다. 모수에서 구조로 바뀐 건 논의 범위를 구조개혁까지 확대했다고 이해하는 게 맞을 듯하다. 모수개혁 폄하보다는 애초 (개혁) 방향을 어디까지 범위로 잡을 거냐를 논의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없으니 한정하자 했던 게 실책이 아닌가 싶다. 숫자는 협상하듯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구조개혁과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었다. 논의가 바른 방향으로 가게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

△오건호=연금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자문위가 디딤돌을 내길 바라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기대에 부응 못한 건 송구하게 생각한다. 자문위원들의 자기 역할 규정이 다 달랐다. 단일안을 내는 게 효과적일 순 있으나 소진에 대한 것부터 이렇게 인식이 다른 데 무엇이 논점인지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도 전문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꼭 단일안을 내는 것만이 위원회에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단계 모수개혁을 하고 다음에 구조개혁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인데 그게 안 된 상황에선 계속 1단계 모수개혁만 하기보단 구조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모수개혁도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큰 틀 구조개혁 시야 속에서 모수개혁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갔으면 좋겠다.

△석재은=아쉬운 게 모수개혁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0년간 연평균 0.6%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15%로 하자는 이야기 나온 이후 정치권과 정부 반응이다. 화들짝 놀라 방어하기 바빴다. 나름의 합의안인데 ‘우리가 힘들지만, 이 정도는 같이 가보자’고 비전으로 전환해서 해석해주는 게 정치의 몫이었다. 그런데 여야위원장이나 보건복지부장관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줬다. 연금개혁 의지가 없는 걸로 느껴졌다. 15%에 대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방어했어야 한다. 이건 실패한 4차 연금개혁의 반복이다. 4차개혁 시기를 놓치면서 결과적으로 미래세대 부담이 올랐다. 미룰수록 부담이 수용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갈 가능성 크고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분명하다. 5차를 4차와 비교해 보여준 명확한 팩트다. 우리가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인구가 많을 때 고통 분담하자고 정치적으로 해석해줬어야 한다. 개개인 유불리로 보면 ‘내가 왜 손해보냐’라고 해석되지만, ‘내 자녀가 감당 못 하고 못 받을 수 있다’라는 관계적인 논리로 해석해주면 다르다. 이게 정치의 몫이다.

△오건호=안타깝고 뼈아픈 게 보험료율 수치 얘기를 한 후 우리가 낸 거라고 방어했어야 했는데, 자문위가 공식안도 안 낸 상태에서 무슨 방어를 할 수 있겠나. 여러 논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그 역할을 못하게 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연금개혁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남재우=자문위 내에서 수급개시 연령 연장에 대해선 이견이 없이 합의된 부분이다. 문제는 노동정책 중 정년연장과 맞물려 있단 점이다. 그래서 답이 없이 끝났다.

△정용건=정년이 끝나면 바로 연금을 받아야 하는데, 빈곤의 터널이 너무 길다. 4차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수급연령을 67세까지 연장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수급연령 기준이 65세로 늦춰지는 2033년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정년연장 논의를 보면서 해도 늦지 않다.

△석재은=이번에는 수급연령 말고 가입연령을 높이겠다는 것을 살펴야 한다. 가입연령 상향은 가입의 기회를 주는 거다. 가입기간이 길어지면 수급액도 높아질 수 있다. 소득활동을 안 하면 당연히 가입연령을 상향하지 않아도 된다. 연금 가입기간을 길게 하는 페이버를 주는 거다. 메시지가 항상 상향한다고 하면 패널티고 마이너스적인 것으로 전달된다. 사용자가 같이 부담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급여수급자에겐 유리한 개혁인데 그것도 오해하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상식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그랜드 비전’이 나와야 한다. 청년 세대 연금 수익비가 절대로 1.0 이하로 내려가는 식으로 되지 않도록 하겠다, 연금 수급연령은 노동시장 정비와 같이 연동해서 하도록 하겠다, 연금을 통해 노인에게 기본적인 급여 수준을 보장하겠다 등의 모든 세대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대원칙에 대한 합의가 담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동체 이슈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거다. 자문위에만 요청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부정할 수 없는 방향에 대한 추상적인 목표로 세울 수 있는 걸 먼저 이야기하고 그 이후 방법론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검토해달라고 거꾸로 요청해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연금개혁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석재은=(지난해 4월) 모수개혁 중심으로 보험료율이라도 인상하려 했던 건 모든 대선 후보의 의지였다. 그걸 정치적 자산으로 해서 (개혁을) 빨리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현재는 그 스케줄이 미뤄져 총선 전에 이 모든 게 (합의) 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특히 10월에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구조개혁의 경우 노동계와 사용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협의가 더 복잡해져 이젠 모수개혁만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 됐다. 정치 일정에선 (연금 개혁) 동력이 잘 안 보이는 측면이 있다.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물 건너간 느낌이 든다.

△오건호=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연금개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생길 수 있다. 확실한 건 오는 10월까지 정부는 정부안을 내야 한다. 정부안은 결국 여당안으로 읽을 수 있다. 야당으로서도 개혁안을 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러면 선거 전에 연금개혁의 방향이 나올 수 있다. 총선 국면이 연금개혁을 실종시키는 계기일 수 있지만, 정책 경쟁의 공간이 열리는 계기일 수 있다. 남은 6개월 동안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집단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금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 여야가 이를 담아 치열한 정책논쟁을 하면서 연금개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거다.

△정용건=당장은 연금개혁 논의가 실종돼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희망은 있다. 1993년 이후 보험료 인상은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해 ‘용돈연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험료율 인상의 경우) 정부안이든, 여야국회 합의 방식이든 합의를 해야 한다. 한번에 다 끝낼 순 없을 거다. 개혁의 깃발을 올렸다는 거에 만족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잘 맞춰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정치적 손해는 없을 거다.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원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상시 위원회도 만들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논의를 이어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남재우=연금개혁을 두 번이나 한 진보가 현재 큰 야당이라는 정치구도가 오히려 연금개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이 비용이 많은 작업을 하기엔 좋은 구도일 수도 있다. 야당도 지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큰 야당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연금개혁 그림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총선전 합의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