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폭등·달러 초강세·증시 급락…"최악 아직 안 왔다"
by김정남 기자
2022.09.02 00:51:49
''파월 쇼크'' 미 증시 5거래일째 약세
2년물 국채금리 15년래 최고치 폭등
달러화 20년래 최고…시장 공포감↑
비트코인, 지지선 2만달러 자주 뚫려
월가 대가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파월 쇼크’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15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달러화 가치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에 뉴욕 증시는 5거래일 연속 급락하고 있다. 올해 6월 당시 증시 저점을 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1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달(9월) 첫 거래일인 이날 오전 11시25분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5%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5%,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08% 각각 내리고 있다.
3대 지수는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초강경 매파 발언이 나온 이후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는데, 5거래일째 들어서도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6일 8분 남짓한 짧은 잭슨홀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에 일부 고통을 줘도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중립금리 수준까지 인상했음에도) 멈출 지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연준 고위인사들은 이와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몇 달 안에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내년 초까지 4% 이상으로 올리고 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기조다.
월가에서는 이미 6월 중순 이후 두달 남짓 이어진 ‘서머 랠리’는 끝났다는데 기울어 있다. 더 나아가 조만간 6월 중순 당시 연저점을 밑돌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를테면 S&P 지수는 6월 16일 당시 3666.77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S&P 지수는 현재 3900 초반 레벨인데, 3900선을 1차 지지선으로 보는 시장 인사들이 적지 않다. 3900선이 붕괴하면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피의 리즈 영 투자전략 헤드는 “증시가 (올해 6월에 있었던) 저점을 다시 테스트한다면 그런 일은 이번달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심리를 억누르는 것은 치솟은 시장금리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551%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10년물의 경우 3.297%까지 뛰었다.
달러화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9.98까지 폭등했다. 2002년 이후 20년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세계 경제가 일제히 흔들리자 초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달러화 초강세는 미국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킹달러’를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액을 달러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실적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악재로 꼽힌다.
특히 이날 고용 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긴축 공포를 더 부추겼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5000건 줄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3주 연속 감소세다.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와중에 고용 시장이 받쳐주면, 연준 입장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긴축에 나설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내 장중 1만9722.67달러까지 떨어졌다.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만달러선이 최근 들어 자주 뚫리는 모습이다.
월가의 투자 대가로 꼽히는 제러미 그랜섬 GMO 회장은 “이번 서머 랠리는 전형적인 약세장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인 상승)에 부합한다”며 “증시 ‘슈퍼 버블’은 터지지 않았고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