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잠해져도 주가 안 오른다"…소비株 하락의 '진짜' 이유

by고준혁 기자
2021.08.23 01:05:00

섬유·의복, 8월 3.09% 상승, F&F 외 대부분 하락
"코로나 탈피에 업종 전체 순매수 시대 끝…옥석 가려야"
소비 영향, 인플레가 크단 분석도…"델타, 경제 위축 못 시켜"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자유소비재인 섬유·의복 업종은 대표적인 코로나19 피해주로 꼽힌다. 거꾸로 보면, 바이러스 확산 둔화 시 상승 탄력을 받을 업종인 것이다. 그러나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수그러들어도 큰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사람들이 소비를 멈춘 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영향도 있지만, 보복 소비의 종료 등 피크아웃(고점 통과)과 물가에 대한 부담에 기인한 바도 크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섬유·의복 업종의 이달(8월 1~20일) 상승률은 3.09%다. 같은 기간 대부분 업종이 하락한 데 비하면 양호한 성과지만, 올해 상승 추세에선 다소 둔화된 것이다. 지난 4월 19.94% 상승을 기록한 뒤부터 한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뒤 지난 7월엔 0.61% 오르는 데 그쳤다. 업종 지수로 봐도 6월 말 430대에서 최근 440대로, 올초 250대부터 올라왔던 것에 비하면 횡보하는 수준이다.

섬유·의복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 추세인 점에서도 해당 업종의 상승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섬유·의복의 시가총액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장주 F&F(383220)는 이달 13.17% 상승했다. 반면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 의류 업종 연구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주요 종목인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11.11%), 휠라홀딩스(081660)(-14.75%), 영원무역(111770)(-2.13%), 한섬(020000)(-8.41%), 한세실업(105630)(-8.41%) 등은 같은 기간 모두 하락했다.

올 들어 F&F를 제외한 이들 의류 종목은 대부분 6월까지 상승한 뒤 7월부턴 하락 전환했다. 섬유·의복 지수가 7, 8월 소폭 상승하고 있는 건 그나마 F&F가 약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 전반이 상승세에 놓여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에 있고 상반기 이후 기저효과가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섬유·의복 업종 실적과 주가가 전반적으로 잘 나오기는 당연히 어렵다”면서도 “최근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했다고 해서 그 이유를 같은 곳에선 찾을 순 없는데 누구는 바이러스 피해가 큰 동남아시아에 공장이 있어 공정 차질을 빚고 있고 누구는 시장에서 공시를 오인한 경우도 있었으며 이밖에 중국 매출 비중이 다른 점 등 개별 단에서의 이유가 다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업종 전체를 순매수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최근 ‘델타로 악화된 리오프닝(경기 재개)주를 저가 매수’하라는 전략은 최소한 의류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는 필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델타 바이러스보단 소비가 피크아웃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계절조정) 지수는 올 4월 120.5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6월 120.0로 집계돼 둔화되는 모양새다. 소매 판매액 지수는 2015년 평균을 100으로 보고 전월과 비교하게 용이하게 계절 변수를 조정해 백화점, 슈퍼마켓, 자동차 판매점 등의 소매 판매 실적을 지수화한 것이다.

의복만 따로 분류한 판매 지수 역시 4월 103.1으로 올 최고점을 기록한 뒤 6월 100.3으로 하향 추세에 있다. 중국 소매판매 역시 하락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기준, 4월 34.20%를 기록한 뒤 점차 내려와 8월 8.50%에 다달았다. 미국 소매 판매 또한 같은 기간 9.80%에서 -1.10%로 낮아졌다.

한국, 중국, 미국의 소매판매가 공통적으로 4월 고점을 기록한 데 비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6월 중순 최저점을 기록한 뒤 반등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일별 신규 확진자는 6월 15일 29만명을 기록한 뒤 지난 8일 63만명으로 늘었다. 이는 소매판매 둔화를 꼭 델타 바이러스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경기가 회복되며 억눌린 수요가 살아나는 효과나 보복 소비 종료가 소매 판매 둔화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소매판매와 소비심리 위축이 델타보단 인플레이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나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소비는 전월 대비 다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동성이 높은 항목을 제외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계속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오르는 건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단 의미로, 델타 바이러스가 경제를 위축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는 계속 높아지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는 소비 위축이 델타보단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