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1.05.22 00:03:07
국내 하루 평균 10명 진단, 2명 사망… 性생활 女 누구나 발생 가능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HPV… 백신접종하고 20대 이상 2년마다 검진 필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자궁경부암은 국내에서 하루 2명, 전 세계적으로도 2분에 1명씩 사망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성생활을 시작한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안심할 수 없다.
자궁은 여성을 상징하는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여성의 몸 한가운데 자리하며 임신과 출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다. 자궁경부는 자궁의 아래쪽과 질이 연결되는 부분, 즉 자궁의 입구를 말한다. 자궁경부암은 바로 이곳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최세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예방 백신이 존재하는 암이고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율 역시 높다”면서도 “임신이나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사전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5월 셋째 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제정한 자궁경부암 예방주간이다. 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궁경부암의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 하루 2명 이상 자궁경부암으로 사망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세 번째로 빈도가 높은 암이다. 매년 대략 50만 건이 보고되고, 약 23만 명이 사망한다.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자 수는 최근 들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8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의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009년 12.3명에서 2018년 8.4명으로 감소했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5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고, 약 3500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는다. 2018년에는 800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 아직도 하루 10명 정도가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고 2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최세경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자궁경부암이 줄어드는 이유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oma Virus)에 대한 백신 무료접종 사업과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사업 등 예방 정책 때문”이라며 “자궁경부암 정기검진과 백신 접종은 자궁경부 이상과 HPV 감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고 했다.
◇원인은 HPV 감염… 약 70%는 16형·18형이 원인
자궁경부암 중 주로 발병하는 암은 두 종류다.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과 10~20%를 차지하는 선암이다. 원인은 HPV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의 99%에서 HPV가 발견된다. HPV는 국내 성인 10명 중 1~2명, 성인 남성 10명 중 1명 정도가 감염돼 있는 흔한 바이러스로,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HPV 종류는 150여 종에 이른다. 암 발생의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하는데 16형과 18형이 자궁경부암의 약 70%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고위험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약 50~80%의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은 HPV에 감염되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고위험군 HPV로 추정된다.
다만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보통 6개월에서 2년 내에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감염 상태가 지속되면 자궁경부암의 위험은 높아진다.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감염과 함께 흡연, 성병, 영양, 여러 번의 출산 경험 등 다른 요인들이 자궁경부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가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암이 진행되면 성관계 후 출혈, 월경 이외의 비정상적 출혈, 악취가 나는 분비물 또는 출혈성 분비물, 배뇨 곤란, 아랫배와 다리의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세경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증상인 출혈 역시 경미한 수준으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말기에 이르러서야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고 했다.
자궁경부암이 발병했다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치료법은 암의 병기와 크기, 환자의 건강 상태나 나이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자궁 주변에 깊게 암이 침투했다면 자궁을 들어내거나 항암화학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치료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 20대 이상 2년에 한 번 검진 필요
자궁경부암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받고 HPV 예방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의 56%는 정기적으로 검진받지 않는 여성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국가암검진권고안에 따라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검사는 간단한 자궁경부세포검사로 진행된다. 백신 접종은 HPV의 감염을 예방한다. 4가 백신은 6형 11형 16형 18형, 9가 백신은 그 외 추가로 다섯 가지 아형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의 권장 접종 연령은 9~26세 여성이다. 최근 개정된 임상접종 지침에서는 4가와 9가 백신은 45세, 2가 백신(16·18형 HPV 예방)은 55세까지 접종 가능 연령을 확대했다.
HPV 백신은 2016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다. 만 12세 여아는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예방백신 3회를 모두 접종한 경우 HPV 16형과 18형에 대해 거의 100%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으로 접종받을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서바릭스, 가다실 두 종류다. 또 기존 30세 이상 여성에게 제공해오던 자궁경부암 검진을 2016년부터는 전체 20대 여성으로 확대 제공하고 있다.
이미 감염됐던 사람도 백신 접종을 통해 재감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성접촉이 있기 전 아동·청소년기(만 9~14세)에 HPV 예방접종을 받으면 그 이상 연령에서 접종한 것보다 면역반응이 더 높고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 교수는 “HPV 백신에 대한 잘못된 부작용 정보로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HPV 백신의 부작용 위험은 독감이나 다른 백신보다 낮은 수준으로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HPV는 성적 접촉에 의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정기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전 상태인 상피내종양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男 HPV 백신 접종 증가 추세
최근에는 남성들의 HPV 백신 접종도 점차 늘고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 항문암, 음경암,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예방을 위해 남성들의 접종도 권고된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HPV 전파를 막아 자궁경부암 발생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에서는 HPV 백신 필수 접종 대상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용어 대신, ‘HPV 백신’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PV 관련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 연령을 만 18세 남녀 청소년 모두로 확대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세경 교수는 “최근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표된 권고안에서는 HPV 예방백신의 접종대상을 9-45세 여성에 9-26세 남성도 포함시켰다”며 “HPV의 감염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만큼 남녀 모두에게 HPV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