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보험 있으세요?”..과잉진료 권하는 병원

by유재희 기자
2019.05.09 06:02:00

병원, 도수치료·영양주사 권유
가입자도 본전뽑기식 진료 받아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 몸살감기 증상으로 내과를 방문한 김선아(39)씨. 의사는 문진 중 실비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물었다. 있다고 답하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그동안 영양주사를 맞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의사의 권고대로 검사와 치료를 받은 김씨가 그날 계산한 진료비는 9만원에 달했다.

. 월 10만원 넘게 실비보험료를 내고 있는 유진희(43)씨.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은 유씨에게 마사지 받는다고 생각하고 실비보험으로 도수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회당 10만원 가까이 하는 도수치료를 자기부담금 5000원만 내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유씨는 본전 생각에 도수치료를 받을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과잉진료를 권하는 사회다. 요즘 병원들은 환자 상태를 살피기도 전에 실비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가입자에게는 고가의 진료를 권한다. 실비보험 가입자들은 본전 생각에 무분별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 하고 있다. 불필요한 도수치료와 영양주사제 등 과잉진료는 모든 실비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데다 의사와 환자간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병·의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병원들이 치료비 부담 없는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한편 뻥튀기 과잉진료로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확인을 신청한 건수는 총 11만6924건이었으며 이중 과잉진료라고 확인돼 환불이 결정된 건수는 4만1740건(35.7%)에 달했다. 환불금액은 116억5051만원이다.



병원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 환자는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또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지급이 늘어나면 보험사들은 손해를 메우려고 매년 실손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즉 일부 과잉진료를 받는 가입자들 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들이 비싼 보험료를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환자와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실비보험 가입자 부담을 30%까지 올리고 있지만 과잉진료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악용해 행해지는 과잉진료는 과거부터 지속돼 온 문제”라며 “관행처럼 이어져 온 행동이 보험사기가 될 수 있고 과잉진료가 보험사는 물론 소비자, 병원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