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③] 청명한 가을 하늘은 풍요를 부른다
by강경록 기자
2018.09.24 00:00:01
한국관광공사 10월 추천 가볼만한 곳
경기도 여주 수확 여행
|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 고구마 캐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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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청명한 가을 하늘이 가족 나들이를 부추긴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여주로 고구마 캐기 체험에 나서보자. 땅속에서 보물을 찾듯 튼실하게 자란 고구마를 줄줄이 캐내다 보면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여주 특산품인 고구마는 일명 ‘꿀고구마’라 할 만큼 달고 고소하다. 예전에 밤고구마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베니하루카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수확 직후에는 밤고구마처럼 포슬포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박고구마처럼 촉촉해져서 인기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기 손으로 캔 고구마가 가장 맛있는 법!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은 가을철 고구마 캐기를 비롯해 고구마묵 만들기, 떡케이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주역까지 경강선(전철)이 개통되어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하다.
고구마 캐기 체험은 어린아이도 쉽게 할 수 있다. 장갑과 호미만 있으면 준비 끝! 밭고랑 사이를 몇 번 파내면 금세 토실토실한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흙 속에 숨은 고구마를 발견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흙을 툭툭 터니 자줏빛 고구마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누가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한 듯 아이들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난다.
|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 인근에 자리한 여주김치체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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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기쁨을 맛본 아이들은 더 열심히 고구마를 찾아 나선다. 밭에 옹기종기 앉아 고구마를 캐는 아이들이 작은 농부라도 된 양 자못 진지하다. 어디선가 환희에 겨운 “심봤다!” 소리에 잠시 일손을 놓고 고개를 돌리니,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린 줄기를 번쩍 든 사람이 보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손을 놀리며 바쁘게 호미질한다. 고구마 밭이 순식간에 보물섬이 되었다. 체험 시간 내내 호미 하나 들고 보물찾기에 나선 이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멈추지 않는다.
부지런히 캐내다 보니 어느새 고구마가 무더기로 쌓였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수록 수확하는 기쁨이 커진다. 햇고구마를 양팔 가득 안은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체험이 끝나면 직접 캔 고구마는 일정량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여주 고구마는 막 캤을 때보다 며칠 지나면 더 맛있다.
| 곱게 체에 밭친 쌀가루 위에 고명으로 모양을 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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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은 고구마 수확 외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주쌀을 이용한 떡케이크 만들기도 인기다. 쌀가루를 체에 밭친 뒤 찜 틀에 붓고 칼집을 낸다. 아이들은 대추와 해바라기 씨를 고명 삼아 꽃 모양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이어 수십 분 찌면 예쁘고 맛있는 떡케이크가 완성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케이크가 식욕을 자극한다. 모여 앉아 한 조각씩 나눠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고구마 캐기 체험은 보통 10월 말까지 가능하나, 날씨나 고구마 작황에 따라 조기에 끝날 수도 있다. 체험은 전화나 홈페이지로 예약하면 된다. 체험비는 1인당 7000원이며, 2kg까지 가져갈 수 있다. 여러 체험을 한데 묶은 패키지를 이용하면 알찬 하루를 보내기 좋다. 패키지 프로그램은 고구마 캐기, 고구마묵 만들기, 천연 염색 체험과 점심식사를 포함해 1인당 2만 5000원이다(체험 인원에 따라 변동). 외국인도 체험할 수 있지만, 통역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 인근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여주김치체험장이 있으며,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 가능하다.
수확 체험 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두 영릉에 들러보자. 영릉(英陵)은 조선 왕릉 최초로 왕과 왕비를 함께 안치한 합장릉이다. 한 봉분 아래 두 방에 세종과 소헌왕후가 나란히 묻혔다. 원래 영릉은 서울 대모산 자락 헌릉 부근에 조성되었지만, 풍수지리를 이유로 예종 때(146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올해 말까지 유적지 정비 공사로 능침 공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입구에 세워진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 들르면 조선 왕릉 조성 과정과 영릉의 내부 공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세종 영릉에서 오솔길을 따라 도보 20분 거리에 아래위 쌍릉으로 조성된 효종과 인선왕후의 영릉(寧陵)이 있다. 홍살문과 금천교, 정자각을 비롯해 오래된 회양목과 우람한 노거수가 지키는 재실이 고스란히 남았다. 문화 유적 해설을 예약하면 더욱 알찬 역사 탐방이 가능하다. 여주 영릉(英陵)과 영릉(寧陵)은 사적 195호로 지정·보호된다.
여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여주시립폰박물관이다. 국내 유일한 휴대전화 테마 박물관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선호출기(삐삐)부터 4세대 스마트폰까지 미래의 문화유산인 휴대전화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해설사가 상주해 휴대전화 개발에 얽힌 뒷이야기와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 최초의 전화기인 ‘물 전화기’, 고종 황제가 사용한 모델인 ‘자석식 벽걸이 전화기’ 등 희귀한 유물도 눈에 띈다.
이웃한 금은모래강변공원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산책하기 좋다. 나무와 풀꽃이 어우러진 산책로가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공원에는 역사 미니어처와 조각 작품 등 볼거리가 많다. 고구려 장수왕이 건립한 안학궁 축소 모형이 가장 볼 만하다.
영동고속도로 변에 위치한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쇼핑이 아니라도 가족 나들이 삼아 들르기 좋다. 270여 개 브랜드 매장과 푸드코트, 회전목마와 키즈 카페 같은 편의 시설을 고루 갖췄으며, 10월 말까지 주말마다 중앙광장에서 대만야시장도 열린다.
◆여행코스=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고구마 캐기 체험)→세종 영릉과 효종 영릉→여주보→숙박→여주시립폰박물관→금은모래강변공원→여주프리미엄아울렛
◇여행메모
△가는길= 중부내륙고속도로→서여주 IC→서여주IC교차로에서 오른쪽→번도삼거리에서 좌회전→능서공원길→양화로→양화로로터리에서 7시 방향→광대사거리에서 우회전→월평로→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
△먹을곳= 참숯장어구이는 강변로에 있는 청심정, 토리정식은 점동면의 토리샘, 돼지갈비는 가남읍의 이조본가, 여주쌀밥정식은 강변로의 여주쌀밥집, 막국수와 편육은 대신면의 홍원막국수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신륵사, 명성황후생가, 파사성, 이포보, 여주보, 황학산수목원, 여주오일장 등
| 언덕 아래 봉분이 인선왕후 능이며 뒤편에 곡담을 둘러친 것이 효종대왕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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