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회 앞두고 부작용 속출…'핵' 있고 '경제' 없어

by장영은 기자
2016.04.30 08:00:00

36년만에 개최되는 당대회 앞두고 잇단 미사일 발사…핵실험 위협도 고조
핵·경제 병진노선 강조하지만 경제 성과는 미미
무리한 대중동원·상납금 요구로 주민들 사이 불만 ''팽배''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36년만에 열리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당대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 ‘이상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줄곧 핵·경제 병진노선을 주창해왔지만, 당대회를 목전에 둔 현재 북한은 핵만 있고 경제는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우선 북한이 대내외에 경제 성과를 과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70일 전투’를 시작한 이래 북한 매체들은 3월 초부터 제철소와 탄광, 발전소 등 주요 분야의 생산량이 목표치를 최대 2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발표한 70일 전투 1개월 실적에서 섬유의류가공업, 전력 등의 분야에서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 생산과 일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백두산영웅청년3호발전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평양철도국, 룡양광산, 2·8직동청년탄광 등의 건설 분야 성과도 강조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념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 상태에서 또 당대회를 앞두고 각종 공사비로 쓰기 위해 상납금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일부 접경지역에서는 물가도 다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을 동원하는 이른바 노력 동원의 경우 급여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식사 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까지 이어지면서 북한의 경제 상황은 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준비 과정에서 대중동원으로 인한 재정고갈과 주민 피로감 등이 향후 북한 체제의 안전성에 어떤 영향 미칠지 예의주시할 필요 있다고 본다”며 “북한 내부도 70일 전투, 충성자금 상납 강요, 휴대폰 단속 등 사회통제 강화로 주민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이 ‘강성대국’과 ‘자강력 제일주의’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핵 능력을 입증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기습적인 4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았고, 기존 원자탄이 아닌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북한이 7차 당대회를 기념해 5차 핵실험을 단행할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상태다. 그동안 김 제1위원장의 공식적인 언급이나 북한이 이달 들어 실시한 3차례의 무수단(BM-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시험 발사가 모두 실패한 점은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선 이후 북한은 김 제1위원장이 공언한 바를 모두 실행에 옮겨왔다. 또 그간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와 경제 성과 부진을 모두 덮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한 방’으로 핵실험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고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그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대북 소식통은 “1·2차 핵실험 때까지는 인민들 사이에서 핵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고조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3차 때부터만 해도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다 외부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핵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면서 ‘추가 도발에는 더 강한 제재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한·미·일간에는 북한으로의 원유 공급을 전면 차단하고 외화 유입을 더 제한하는 등 추가 제재안에 대한 논의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