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뱅크 방청온듯…조성진 쇼팽에 '오빠부대급' 열광
by김미경 기자
2016.02.03 00:26:19
2일 쇼팽콩쿠르 우승자 갈라무대
드라마틱한 감성·설득력 있는 연주
기립박수에 '브라보' 함성 이어져
유튜브 영상 속 듣고 보는 묘미도
남는 표 사려는 '암표상'까지 등장
|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2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첫 고국 무대를 가졌다. 조성진이 쇼팽을 연주하는 모습(사진=크레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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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꺄아아악”.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건반 위 손가락을 떼어놓자마자 객석에선 ‘비명’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또렷하면서도 당찬 타건, 스펙터클한 연주는 단숨에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0월 쇼팽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뒤 고국에서의 첫 무대였다. 콩쿠르의 영광을 재현해낸 젊은 거장은 연주를 마치고 객석을 향해 씨익, 빙그레 웃어보였다.
2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아이돌 가수가 등장하는 한 음악 방송 프로그램 뮤직뱅크 촬영장을 방불케 했다. 주말 아닌 평일 오후 2시 이례적으로 클래식 공연이 열린 콘서트홀에는 조성진의 쇼팽을 듣기 위한 인파로 2500석의 객석이 꽉 찼다. 학생부터 20~30대 직장인, 40~60대 중장년층까지. 언뜻 봐도 남성보다 여성 관객 수가 훨씬 많아 아이돌 그룹의 오빠부대를 보는 듯했다.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 무대에 선 조성진은 5명의 수상자들의 연주에 이어 쇼팽의 녹턴 13번과 환상곡 바단조, 폴로네이즈 6번 ‘영웅’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날 오후 2시 공연 2부의 막판인 오후 4시35분께 등장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제 겨우 만 스물한 살. 오랜 만의 고국 무대여서인지 처음엔 살짝 긴장한 기색이 묻어났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무섭게 몰입했다. 녹턴 제13번은 격정과 광기가 공존, 균형감을 잃지 않는 설득력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환상곡은 신중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자랑했다. 마지막 폴로네이즈 작품은 피아노와 자신 밖에 없는 것처럼 건반을 장악하고 자유자재로 갖고 놀았다.
여러 번의 커튼콜 뒤 다시 등장한 조성진은 앙코르로 쇼팽 녹턴 20번을 연주했다. 앞선 곡들과 달리 드라마틱한 감성을 살린 감미로운 연주로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일부 여성 팬들은 “사랑해”라고 외치는 등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조성진의 손끝에서 완성된 쇼팽 3곡은 그가 왜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인지 수긍이 가게 했다. 박제성 평론가는 “이전 연주보다 훨씬 자신만만해졌고 대장부가 된 것 같았다”며 “터치에 확신이 넘치고 리듬도 강건하면서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8시 두번째 갈라 공연의 역시 조성진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들려준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섬세하면서 깊이 있게 자신만의 해석으로 선보였다. 특히 조성진을 비롯해 2~6위를 한 콩쿠르 입상자, 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와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힘을 보탠 콘서트는 당시 콩쿠르 실황을 재현한듯 유튜브 영상 속 인물들을 직접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당초 오후 8시 공연만 예정돼 있었으나 50분만에 2500석 전석이 모두 팔려나가자 오후 2시 공연을 추가했다. 낮 공연 역시 35분 만에 동나면서 이례적으로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조성진의 팬이라는 양윤경(가명·36)씨는 “사실 클래식을 잘 모르는데 한국인 처음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뉴스를 본 뒤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팬이 됐다”며 연주에 몰입한 모습에 반해 휴가를 내고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