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한달래 최저..다우지수 1만5천선 붕괴

by이정훈 기자
2013.06.06 05:04:38

지표혼조-QE축소 우려..3대지수 1%대 동반 추락
공포지수도 17선 넘어서..`투자악몽` JP모건 약세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째 하락했다. 특히 3대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1만5000선을 깨고 내려갔다. 엇갈린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우려가 공존한 탓이었다.

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16.95포인트, 1.43% 하락한 1만4960.59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43.78포인트, 1.27% 낮은 3401.48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22.48포인트, 1.38% 떨어진 1608.90을 기록하며 한 달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영국의 지난달 서비스업 경기지표가 14개월만에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유로존 전체의 서비스업 지표는 오히려 하락했다. 또 유로존의 4월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밑도는 감소세를 보인 것도 시장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5월중 ADP 민간고용이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 4월 공장주문이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이 역시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미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지난달 서비스업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지수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모기지담보증권(MBS)부터 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베이지북도 현 경기에 대한 판단을 다소 낮추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큰 폭으로 뛰며 다시 17선 위로 올라섰다. 모든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소재주와 금융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삼성전자(005930)의 특허 1건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은 애플이 실적에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1% 가까이 하락했다. 제퍼슨카운티 파산으로 인해 8억4200만달러를 추가로 손실 탕감하기로 한 JP모건체이스가 투자 손실 악몽에 1.87% 하락하고 말았다.

또한 미국 재무부가 하루 뒤 3000만주 보통주를 추가로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에도 제너럴모터스(GM) 주가는 오히려 3% 가까이 하락했다.

주니퍼 네트웍스는 케빈 존스 최고경영자(CEO)가 작년보다 주요 통신사들로부터의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뒤로 6.56% 올랐고, 동종업종의 경쟁사인 시스코는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주택 건설업체인 호브내니언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에 1% 이상 올랐다.

◇ 연준 베이지북, 경기판단 ‘소폭후퇴’..“고용 제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고용은 상대적으로 제약돼 있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날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베이지북을 통해 “4월 중순 이후 미국 경제가 다소 완만한(modest to moderate)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에는 완만하다는 표현을 ‘modest to moderate’라고 표기함으로써 이전 베이지북에서 밝힌 ‘완만한(moderate)’ 확장세에 비해 다소 속도가 떨어졌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베이지북은 “제조업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서 이전 보고서 이후 확장세를 이어갔고, 주거용 부동산과 건축활동은 다소 강한 속도로 대부분 지역에서 늘어났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이어 “소비자들의 소비지출은 회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경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부정적 언급이 없었던 지난달에 비해 평가가 한 발 후퇴한 듯했다. 연준은 “노동시장은 뉴욕 지역에서 개선세를 지속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보스턴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대체인력 이외에는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고, 리치먼드에서도 노동시장이 불균형적이라고 보고했다”고 언급해 상대적으로 고용 회복은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 피셔 총재 “美주택시장 대폭 개선..MBS 매입부터 축소”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미국 주택시장이 크게 개선된 만큼 연방준비제도(Fed)도 이제 모기지담보증권(MBS)부터 매입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셔 총재는 이날 캐나다 BNN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시장 회복이 아직까지 버블 영역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개선되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주택시장이 이미 회복되고 있는 만큼 연준 정책당국자들이 MBS 매입규모부터 축소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매달 45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MBS를 매입하고 있는데, 이날 피셔 총재는 얼마 만큼의 매입규모를 줄여야할 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피쳐 총재는 “그렇다고 지금 당장 MBS 매입을 중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또 보유하고 있는 MBS는 시장에 내다팔지 말고 만기때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연준의 부양정책은 부자들을 훨씬 더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큰 혜택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JP모건, 또 ‘투자 악몽’..지자체 파산에 1.8조원 손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지방채에 투자한 앨라배마주 제퍼슨카운티의 파산으로 인해 받아야할 채권 가운데 총 16억달러(1조8000억원)를 탕감해주기로 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퍼슨카운티는 지난 2011년 파산보호 신청 이전에 자신들이 하수도시스템 설치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 31억달러 가운데 24억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과 채무 탕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산으로 인해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제퍼슨카운티는 이번 합의로 채권 금융기관들로부터 최대 70%의 부채를 탕감받는 대신 앞으로 4년간 매년 하수도세를 7.4%씩 인상해 나머지 채권을 갚아나가기로 했다.

이번에 합의한 24억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JP모건체이스와 3곳의 보험회사, 한 곳의 헤지펀드 등으로, 최대 채권보유자인 JP모건은 12억달러의 채권 가운데 70%를 탕감하기로 한 것. 앞서 JP모건은 제퍼슨카운티의 재정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진 지난 2009년에 이미 7억2200만달러의 채권을 줄여주기로 합의한 바 있는 만큼 이번까지 합쳐 총 16억달러의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게 된 셈이다. 이같은 손실규모는 ‘런던고래’ 사건으로 알려진 지난해 장외 파생상품 투자 손실액인 62억달러의 25% 수준에 해당된다.

지난 2011년 JP모건은 제퍼슨카운티의 파산을 막기 위해 채무 재조정에 합의했지만, 해당 지자체 내 25명의 선출직 의원 사이에 이를 두고 이견이 벌어진 끝에 파산보호에 이르게 됐다.

◇ 美 민간고용 부진..공장주문-서비스업 경기 선전

민간 고용조사업체인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은 올 5월 미국민간 순고용이 13만5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6만5000명에 크게 못미친 것이다. 또 앞선 4월 수치도 종전 11만9000명에서 11만3000명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반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지난 4월 공장주문이 전월대비 1.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의 4.7% 감소에서 증가로 급선회한 것이지만, 1.5% 상승을 점쳤던 시장 전망치에는 못미쳤다. 앞선 3월 수치는 종전 4.9% 감소에서 4.7% 감소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이는 비내구재 주문이 줄어든 탓으로, 4월 비내구재 주문은 1.0% 감소해 3월의 3.5%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다.

또한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5월중 미국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 4월의 53.1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53.5를 모두 넘어선 것이다. 특히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만에 최고치였다. 또 경기 확장과 침체의 기준점이 되는 50선도 넘어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부 항목별로는 기업활동지수가 56.5로, 앞선 4월의 55.0보다 높아진 것을 물론 55.2였던 시장 전망치를 앞섰다. 또한 신규주문 지수도 54.5에서 56.0으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석 달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 CS “S&P지수, 연내 1730-내년엔 1900까지 뛴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근 시장 악재가 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과도하다며 오히려 뉴욕증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CS는 이날 현재 1640선으로 제시하고 있는 연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목표치를 1730선까지 상향 조정했다. 현 지수대비 15% 정도의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또 뉴욕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하며 내년말까지는 S&P500지수가 1900선까지 뛸 것으로 새롭게 전망하기도 했다.

앤드류 가스웨이트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현재 주식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6.1% 수준으로, 과거 평균을 감안하면 4.8% 정도 더 높아질 여력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CS가 커버하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고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2015년까지는 이같은 이익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해 시장이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가스웨이트 애널리스트는 “정확히 시점을 점치긴 어렵지만, 설령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선다해도 선진국 전체 중앙은행들을 보면 여전히 재무제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