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카드, 경제발전·굴곡의 단면

by김보리 기자
2013.04.01 06:00:0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제3의 화폐’인 신용카드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이었다. 1호인 신세계백화점카드는 그야말로 백화점에서만 쓸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신용카드는 호텔과 고급 음식점 등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몇 천원을 사용하고도 신용카드를 긁는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현재 모습의 신용카드는 1987년에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되면서 등장했다. 그해에 KB(구 국민)·LG카드가 이듬해인 1988년에 외환·삼성카드가 설립돼 신용카드업이 본격적으로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신용카드의 발전은 우리나라 경제의 굴곡을 보여준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수확충을 위해 내건 것은 신용카드 활성화 대책이었다.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서 카드를 통한 경기부양을 유도했다. 신용카드 활성화는 그동안 현금거래에 따라 숨겨졌던 세원을 발굴하는데 기여했다.

2000년대 초엔 길거리에서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누구나 사인 몇 번만 하면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남발 낌새를 이상하게 여겨 2001년 3월 첫 제재에 들어갔다.



그 해 6월에야 신용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건을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었지만 이미 신용카드 거품은 잔뜩 커진 뒤였다. 김대중 정부를 뒤흔든 카드 대란은 2003년 노무현 정권까지도 여파가 이어졌다. 신용불량자 수가 400만명에 육박하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이런 부침을 겪은 신용카드는 이제 소비생활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정부는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5%로 줄이고 체크카드 공제율을 30%로 높여 체크카드 사용을 권하고 있지만, 신용카드는 여전히 연평균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 1인당 카드 수는 1998년 2.0매에서 2010년 말 4.7매로 배이상 확대됐고, 같은 기간 신용판매금액은 30조 8000억원에서 412조 5000억원으로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민간소비지출 대비 신용판매금액은 12.2%에서 67%로 껑충 뛰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처음 도입할 때 공익업종 3%, 일반(미용실, 세탁소) 4%, 사치 유흥업종 5%로 각기 다른 요율이 적용됐고,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1.5% 수수료 구간이 새로이 생겨났다. 2007년 정부는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정책에 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말 전면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