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대한통운 매각]③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딜레마`

by박수익 기자
2011.05.02 09:20:10

광주신세계 복잡한 이해관계..일부에선 전격 참여 가능성도 제기

마켓in | 이 기사는 04월 29일 11시 2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1995년 신세계(004170)의 100% 출자로 설립된 광주신세계는 1998년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증자방식은 대주주 신세계의 참여없이 제3자배정으로 진행됐다. 당시 입사 1년차였던 정용진 부회장은 25억원의 사재 출연으로 증자에 참여, 광주신세계 지분 83%를 확보하며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4년 뒤 광주신세계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광주신세계 주식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고, 훗날 시민단체로부터 신계계의 이득기회를 편취했다는 소송을 당하게 된다. 소송은 현재도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광주신세계의 존재감은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남다르다. 최근 백화점·마트 부분 기업분할을 선언한 신세계가 백화점 부문을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와 합병할 경우, 정 부회장의 신세계 지분율이 상승하면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신세계 측의 부인에도 이 같은 가능성은 향후 신세계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및 2세 승계와 맞물려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우여곡절의 광주신세계가 대한통운(000120) 인수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통운 유력 인수 후보 중 한 곳인 롯데가 금호터미널을 포함한 일괄인수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매각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는 대한통운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 인수를 통해 광주·전남지역 유통사업 기반 확장은 물론 터미널 주변 부동산 개발을 통한 가치향상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괄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광주신세계(037710)가 금호터미널 본사격인 복합문화공간 유스퀘어에 입점해 있다는 것이다. 광주신세계의 입점 임대계약은 2015년에 종료되는데, 유스퀘어의 주인이 유통 맞수인 롯데로 바뀔 경우 계약 연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 외에도 금호터미널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신세계의 유통 라이벌인 인수후보자 롯데, 매각이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하는 공동매각주체 대우건설(047040)은 금호터미널 일괄매각에 대해 이해가 맞물리는 형국이다. 반면 또다른 인수후보자인 포스코(005490)와 CJ(001040)는 금호터미널 일괄 인수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대우건설과 함께 대한통운 양대 매각주체인 금호그룹도 금호터미널을 지키고 싶어한다. 여기에 호남기업으로 분류되는 금호와 영남기업으로 분류되는 롯데에 대한 광주지역의 정서적 차이도 불거지고 있다.

대한통운 딜 주변에서는 광주신세계를 둘러싼 이같은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당초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 했다가 중도포기한 신세계가 전격적인 참여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경우 범삼성가인 CJ그룹과의 컨소시엄 형태 등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대형IB 관계자는 "금호터미널 처리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매각구조가 짜여진 이후에 기대해볼 만한 시나리오"라며 "다만 신세계의 컨소시엄 참여시 빅딜 경험과 자금력 면에서 상대적 열세라고 평가받는 CJ가 다른 후보들과 팽팽한 균형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