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고하겠다" 우체국 카드진출 탄력받나

by안승찬 기자
2011.02.07 06:02:00

최중경 지경부 장관 우체국 네트워크 극찬
"대단하다, 훌륭하다, 큰 발견" 칭찬 일색
카드진출 등 `우체국 사업확대` 물꼬 주목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우체국의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사업에 대해 극찬하며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우체국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카드사업 확대 등을 시도했다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우체국에 '꽂힌' 최 장관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보고로 이어지면,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 장관은 지난 1일 의정부우체국을 방문했다. 설을 맞아 선물소포가 폭주하는 우체국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는 가벼운 취지의 자리였지만, 우체국을 둘러본 최 장관이 우체국에 대한 칭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오른쪽에 두번째)이 지난 1일 의정부우체국을 방문해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가장 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 장관의 감탄하는 표정이 눈길을 끈다.

최 장관은 "그동안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우정사업본부(우체국)의 네트워크가 잘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게 큰 발견"이라며 "요즘 지경부 젊은 사무관들이 우정사업본부로 가고 싶어한다고 하는데, 와 보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는 "(우체국이) 우편 뿐 아니라 금융도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경영과 관련이 있는 분야"라며 "의정부 우체국에서만 10억원 수익을 낸다고 하는데 대단하다. 우체국이 수익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최 장관은 또 "우정사업본부가 대단한 조직 같다. 특히 섬이나 도서지역까지 다 들어가는 네트워크가 잘 돼 있다. (우리나라에) 중요한 인프라다"라며 "대통령께도 기회가 되면 보고 해야겠다. 훌륭한 경영체계"라고 강조했다.

우체국 민영화에 대해서도 최 장관은 "우체국이 민영화되면 국민이 불편하다. 안된다"면서 "서비스가 엉망이거나 수익이 안나는 곳이면 모르겠는데, 우체국은 서비스도 좋고 수익도 난다. 이익을 내는 곳을 민영화하는 것은 민영화를 원하는 쪽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의 이런 발언이 전해진 이후 우체국의 사업영역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서민금융 강화를 위해 카드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민간 카드회사의 반대와 금융당국의 미지근한 반응 때문에 지금껏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군 단위 이하 시골에서 민간 금융회사의 사업장 비중은 5% 이하에 불과하지만 우체국은 55%에 달하는 만큼, 우체국에서 카드사업을 취급하면 시골에 계신 분들도 보편적인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의 논리였다.

하지만 전국 3700여곳의 지점을 보유하고 예금수신고가 50조원이 육박하는 우체국의 진입에 민간 카드사들은 크게 저항하고 있다. 현재 우체국에서 계좌를 개설해도, 카드를 사용하려면 민간 카드회사에서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또 우정사업본부는 각 지역, 각 가정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국의 집배원들을 통해 복지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의 논리에 밀려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우정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최중경 장관이 우체국의 사업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며 "우체국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는 공공재의 성격이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