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마켓프론티어)③`불모지` 베트남에도 몰린다

by유환구 기자
2010.04.19 10:20:00

베트남 열풍 재점화 조짐..법인·사무소 설립 잇달아
앞선 금융IT 앞세워 현지인 대상 주식중개 강화나서
금융시장 성장가능성 무한.."3~5년내 5위권 진입한다"

[베트남 호치민 = 이데일리 유환구 기자] 지난 몇년 새 베트남 시장은 뜨겁게 타오른만큼 빠르게 식어버린 곡절의 땅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를 시행착오를 여기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베트남을 향한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 골든브릿지그룹은 2005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베트남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베트남에 진출해 법인이나 사무소를 차리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총 9곳이다. 현지 법인을 설립했거나 설립 준비를 마친 곳은 4개 증권사다.

선발주자는 골든브릿지금융. 그룹 차원에서 2005년 베트남에 진출했고 증권은 2007년 7월 사무소를 차렸다. 같은해 12월에는 베트남 신생 증권사 클릭앤폰증권의 지분 49% 취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단박에 큰 판을 벌였다. 외국계 최초로 종합증권사 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한 후 2007년 12월 증권사를 설립했다. 이에 뒤질세라 대부분 증권사들은 2007년 앞다퉈 사무소를 개설했다. 하지만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베트남 외환위기 등으로 이들 사무소는 1년 이상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 증권사 베트남 사무소장은 "사무소를 세우고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려고 물색하던 중 글로벌 위기가 터져 1년 반 정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며 "작년 말 올해 초부터 다시 본사의 투자가 재개되는 등 활발히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행보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돋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9월 현지 증권사 베트남CBV증권 지분 49%를 사들여 현재 우리-CBV증권 이름으로 영업중이다. 

 
▲ 한국투자증권은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한 법인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호치민 다이아몬드 영플라자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사무소

일찌감치 베트남 자산운용시장에 뛰어들어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한국투자증권도 현지 증권사와 합작해 법인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분 투자를 위한 세부 계약까지 마무리됐고 정부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앞서 법인을 설립한 증권사들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의 교민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서른 두살 나이에 대치지점장을 맡으며 박현주 회장, 구재상 사장에 이어 최연소 지점장 계보를 이은 엄은상 베트남법인 주식영업본부장을 작년 말 베트남에 파견해 브로커리지 수익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이 투자하는 클릭앤폰증권은 현재 종업원수 50여명 규모이며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올해는 영업망 확충을 위해 지점을 신설하고 하노이증권거래소(HASE) 상장을 목표로 세웠다.




다른 증권사들도 지분 투자를 통한 법인 설립을 꾀하고 있다. 베트남은 인가 받은 증권사가 100여개에 달할 정도여서 정부가 오히려 외국계 회사의 지분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현대증권은 지난 2월 최경수 사장이 베트남을 방문한 후 장기적인 성장 전망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김한석 현대증권 사무소장은 "법인을 설립하지 않으면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수 대상 증권사를 물색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베트남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소장 한명을 파견하며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아직 인가를 받지 못했고, 사무소 집기도 채 들여놓지 못한 상태. 

동양종금증권은 현지 법인 설립을 중장기 과제로 삼는 대신 IB전문가로 현지 사무소장을 교체하고 이 분야에 좀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상범 동양종금증권 베트남 사무소장은 "기업들이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시 시장에 대신 팔아주는 인수업무(Underwriting)나 금융주선, M&A 관련 자문업무 등에 주력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현지 사무소 설립을 위해 직원을 파견했다. 강종근 신한금융투자 사무소장은 "현재 인가를 받고 있는 단계이며 현지 증권사 인수 등의 업무를 개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각 증권사 주재원들은 베트남이 `진짜 글로벌 진출`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현지에 뿌리내려 자체적인 수익 기반을 만드는 도전이라는 얘기다. 전례없는 실험인만큼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 코스콤은 올 2월 현지 사업체인 뱅가즈와 베트남 금융 IT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증권사들이 비장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앞선 IT 기술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 웹을 통한 트레이딩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 
 
한국거래소가 참여중인 베트남 증권시장 현대화 프로젝트에 자회사 코스콤의 금융 IT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는 점도 국내 증권사에겐 유리한 점이다.
 
임송학 우리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장은 "동양시스템즈와 제휴를 통해 오는 5월중 업계 최고 수준의 HTS를 공개하고 무선인터넷이 더 발달한 현지 사정에 맞게 하반기에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라며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면 강력한 경쟁력이 될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긴 안목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1~2년내 승부를 보려하지 말고 `수업료` 지불을 각오해야한다는 것.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빠른 시간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한다는 부담도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시장점유율이 1~2% 정도에 그칠 정도로 국내 증권사들의 입지가 미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구상 골든브릿지 베트남 법인장은 "앞으로 몇년 동안 베트남계와 다른 외국계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현재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호치민 페트로베트남타워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의 객장. 미래에셋증권은 베트남에 독자법인을 설립한 유일한 국내증권사다.
임송학 우리투자증권 법인장은 "기존 20여개 영업소 더욱 활성화하고 브로커리지를 담당할 현지 인원을 확충해 3년 내에 브로커리지 기준 상위 5위, IB분야에서 3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엄은상 미래에세증권 베트남법인 주식영업본부장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양적인 목표는 지양한다"며 "미래에셋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3~5년내 5위권에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