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행권의 해수욕장 쟁탈전
by정영효 기자
2009.07.19 09:00:07
홍보 효과 높지만 장소는 한정
관할구청 `협찬비` 요구에 해변점포 포기 은행도 등장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작렬하는 태양, 후끈 달아오른 백사장. 목좋은 해수욕장을 차지하려는 은행들의 경쟁도 뜨겁다. 피서철을 맞아 주요 은행들이 해수욕장에 차리는 이동점포, 이른바 `해변 점포` 얘기다.
해변 점포를 찾는 피서객들의 주 용무는 현금 입출금, 동전교환, 신용카드 분실신고 등.은행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돈 안되는 업무`들이다. 그럼에도 해변 점포를 내는건 홍보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공간이 한정돼 있다는 것. `드넓은 백사장을 놔두고 무슨…` 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동점포 차량 무게만 22톤이어서 모래사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모래사장과 연결된 주차장이나 사유지 등 적당한 공간은 두세곳 정도다.
이러니 해운대나 경포대 같은 유명 해수욕장의 콧대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변 점포를 내려면 해당 관청에 사회공헌비를 기부하거나 각종 편의시설 등을 협찬하라고 요구하고, 금액은 해마다 높아진다.
지난해 해운대에 해변 점포를 냈던 기업은행(024110)은 올해는 충남 만리포로 옮겼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해변 점포를 열기 위해 관할 구청에 3000만원을 협찬했다"고 말했다. `홈그라운드`인 부산은행(005280)조차도 `점포세`로 여성전용화장실을 설치해야 했다.
한 해변 점포장은 "`어느 은행에서 협찬비를 얼마냈다더라` 하면 소문이 금새 전 해수욕
장으로 돌아 부담이 커진다"며 "해마다 관할 관청을 설득하느라 피곤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권 해변 점포의 `효시`격인 하나은행은 매년 협찬비를 요구하지 않는 서해안 해수욕장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하나은행 관계자도 "좀 유명하다 싶은 곳은 다들 협찬비를 요구한다"며 "내년에는 안내고 들어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