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렬 기자
2009.03.12 10:10:20
[이데일리 김정렬 칼럼니스트] 가끔은 세상을 거꾸로 보자. 물구나무를 서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거꾸로 바라보고 거꾸로 이해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폴레옹이 키가 작은 것을 놀리자 그는 웃으며 대꾸했다 한다. “당신은 땅에서부터 키를 쟀구먼? 하늘에서 부터 재 보게!” 참 재미있는 위트다.
서울 강남 삼성역에는 세계지도가 거꾸로 붙어 있다. 무척 색다르다. 남반구가 위로 붙어 있어 지도 위쪽이 대륙이 아니라 파란 바다이다. 우리나라가 넓은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관문임을 강조하는 광고이다.
유럽 폴란드에는 거꾸로 만들어진 집이 인기이다. 관광 명소란다. 뾰쪽한 삼각형 지붕이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땅에 박혀 있는 재미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도 강화도와 경기도 안산 쪽에 거꾸로 만든 집이 있다. 물론 거꾸로 생긴 집이지만 집 안에서는 똑바로 서서 바르게 생활하고 움직인다.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지금 마음만은 웃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온갖 에피소드의 보고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때 아파트 값이 한달만에 1억원 이상 올랐다는 얘기가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가끔은 거꾸로 느껴보자.
그 당시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올라서 웃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때문에 피눈물이 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그 상처는 평생을 간다.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은 투기꾼이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부러워하는 재미있는 세상이다. 부동산 문제로 남을 비판하지만 자신도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직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때문에 출세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투자도 그렇다.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는 역발상이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공급자인 건설사는 수요자인 국민을 이해하는 사업계획을 구상해야 한다. 공급자가 주도하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다.
부동산 영역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계다. 가장 대립될 수 있는, 상대방이 뚜렷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강조하면 시장성이 약해지고 시장원리를 강조하면 공공성이 소홀해진다. 주택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있다. 수요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다 아울러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 차이도 극심하다. 모두 만족시키려면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은 지역과 소득층, 수요자와 공급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부딪힌다. 어떻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진단은 정확하고 섬세하게 하고 실행은 종합적이고 선이 굵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일시적으로 비판을 받는다고 해서 시장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보다 철학과 뚝심이 있어야 한다.
가끔은 마음을 열고 세상을 거꾸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