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서동필 기자
2006.03.14 12:40:00
[이데일리 서동필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인덱스(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거래량은 세계에서 손꼽히게 활발한 거래량을 자랑한다. 거래량이 많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지난 해 12월1일 새롭게 선보인 주가연계증권(ELW)의 거래도 전 세계 ELW시장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많다.
이렇듯 국내 투자자들의 파생상품 이해도나 적응도는 생각보다도 놀랍게 빠르다. 다만 이러한 적응력을 가볍게 보는 일각에서는 국민성이 도박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평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왜 일반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개인적인 생각은 뭐가 뭔지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의 시기 섞인 항변이라는 판단이다. 파생상품의 출발과 그 다양한 효용성에 대한 이해에는 관심이 없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평가하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상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단지 일반 투자자들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뿐이다. 모든 투자는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다만 수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금융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투자행위 중 일부분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들의 손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파생상품이 가지고 있는 병폐만 부각될 뿐 순기능에 대한 소개를 뒷전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언론은 분명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투자자들에게 주위를 환기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을 교육시키는 과정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의 본질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해를 돕는 것이 선순환을 꾀할 수 있는 옳은 방책이라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금융시장은 다양한 금융기법이 개발되면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양한 금융기법에서 차지하는 파생상품의 비중은 아주 크다. 더욱이 지금 국내 금융시장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이름아래 금융기관이 투자은행으로 변모해 갈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려 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자리를 잡는다면 파생상품의 활용도는 훨씬 다양해진다. 증권사(Security Company)가 아닌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품의 다변화에 적응하고 이에 이용되는 파생상품의 활용도에 대한 이해도가 강하게 요구된다.
모든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의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파생상품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필요가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이 기업분석으로 좋은 주식을 골라주는 일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투자자들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해 진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의 역할이 무엇보다 커지게 된다.
한정된 자금력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레버지리가 높음과 동시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파생상품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
시대적인 흐름을 따르고 보다 높은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최소한 증권업계에 있는 종사자라면 파생상품의 효용성을 폄하기보다는 이해하는 방향으로 시각을 전환하는 것이 시장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대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