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가 점찍은 K-장기지속 주사제…기술수출 가능성은[용호상박 K바이오]
by김진수 기자
2025.03.14 09:30:22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약효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펩트론(087010)과 지투지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 개발에 들어가면서 본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가 빅마파와 체결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가 순항하고 있다.
약효를 늘려주는 장기지속형 기술은 대표적으로 미립구, 항체접합방식, 알부민(인체 내 혈액에 존재하는 단백질) 결합 방식 등이 있다.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 둘 모두 미립구를 활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Microsphere) 생산은 유기용매에 고분자를 녹인 후, 계면활성제와 함께 고속으로 휘저어 섞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용매 등을 제거하고 균일한 입자만 골라내는 등 최종 생산까지는 총 6개 단계를 거친다. 복잡한 공정인 만큼 대량생산이 어려우며 생산 효율이 낮다.
그러나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는 각각 ‘스마트데포’(SmartDepot), ‘이노램프’(InnoLAMP)라는 이름의 자체 장기지속 주사제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대량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미립구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본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10월 펩트론과, 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1월 지투지바이오와 장기지속형 주사 치료제(펩타이드 제형) 개발을 위한 제형 개발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글로벌 미립구 기반 약효지속성 의약품 시장규모는 2022년 7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12.7%로 성장해 2028년에는 16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립구 기반 약효지속성 의약품의 대표 격인 다케다제약 ‘루프론데포’는 2022년 기준 2조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특히,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 모두 당뇨·비만치료제에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가 타깃으로 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펩트론, 지투지바이오 장기지속형 주사제 관련 비교 표.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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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 스마트데포와 지투지바이오 이노램프는 미립구를 만드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기존 미립구 생산방식의 단점으로 꼽히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은 같다.
펩트론 스마트데포는 현재 주 1회 주사하는 펩타이드 약물의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는 펩트론 고유 기술이다. 스마트데포 기술은 기존 유기용매를 활용하는 에멀젼 방식과 다른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분무건조 방식을 사용한다. 초음파 노즐을 통해 입자 크기의 균일성도 확보,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
지투지바이오 이노램프는 기존 고속 교반 방식에 막유화(Membrane emulsification) 기술을 더한 차세대 방식이다. 막유화는 구멍이 있는 특수한 막을 사용해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입자가 균일하고 높은 품질의 미립구 생산력을 최대 20배까지 끌어 올렸다.
이노램프 기술이 적용된 미립구는 경쟁사 대비 100~200% 더 많은 약물을 탑재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의 경우 펩타이드 함량이 최대 28%를 넘지 못했지만 지투지바이오의 미립구는 펩타이드 함량이 50%까지 주입이 가능하다.
펩트론-릴리, 지투지바이오-베링거인겔하임이 체결한 계약 모두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수출 계약이 언제 이뤄질지가 두 기업 성장 및 주가 상승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먼저 펩트론은 릴리와 공동연구를 위해 릴리에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 비독점 라이선스 부여했으며 연구기간은 14개월로 정했다. 추가 기술수출 계약은 올해 12월 안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펩트론이 개발 중인 PT404는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PT404는 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의 주성분인 터제파타이드 기반의 물질을 사용한 1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일라이 릴리와 비만치료제 임상 시료 생산 일정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PT404가 전임상 단계에 있기 때문에, 펩트론은 공동연구 개발 기간 내인 올해 전임상을 모두 마치고 임상1상 진입 직전 단계에서 릴리와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펩트론은 릴리와 본계약 여부를 떠나 올해 안으로 PT404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투지바이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상용화되지 않은 물질에 대해 반감기를 늘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있다. 어떤 물질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지 확인 중인 단계로 전해진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현재 보유한 임상단계의 펩타이드 물질은 심장(Cardio)·신장(Renal)·대사(Metabolic) 질환 위주다. GLP-1/GCG 이중작용제 서보듀타이드(BI 456906)가 임상 3상으로 개발이 가장 빠르며, GLP-1/FGF21 이중작용제 임상 1상도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해당 물질에 대한 장기지속형 주사제형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빅파마와 연구개발 및 향후 기술수출 계약과 관련해 펩트론 관계자는 “릴리와 공동연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투지바이오 관계자 역시 “베링거인겔하임과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