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허브’ 노리는 듀켐바이오 “방사성의약품 공급능력 1위, 격차 더 벌릴 것”
by나은경 기자
2024.12.04 09:30:43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서울 마포구 듀켐바이오 본사에서 코스닥 상장을 통해 ‘더 큰 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김상우 대표를 지난 29일 만났다.
그는 “오히려 치료제보다도 진단제가 가진 확장성과 잠재력이 크다”며 “특히 방사성의약품은 진단 정확도가 뛰어나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매력적인 블루오션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치료제가 확진 받은 환자들, 그중에서도 바이오마커를 기준 삼아 특정 환자군에게 처방된다면 진단제는 실제 환자는 물론 잠재 환자까지 폭넓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더 효과적인, 최신 치료제가 개발될 때마다 진단 수요는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마치 ‘레켐비’ 출시를 둘러싸고 국내 알츠하이머 진단업계가 들썩이는 것처럼 말이다.
김상우 대표는 “기존 영상기법이 종양이나 병변의 크기, 모양 같은 겉모습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한 PET-CT 영상기법은 세포 내부 활동과 기능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진단법보다 더 정밀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 김상우 듀켐바이오 대표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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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켐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허가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한국 출시가 임박해오면서 ‘알츠하이머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때 아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켐비를 처방받으려면 환자의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Αβ)가 일정 수준 이상 침착돼 있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이를 확인하는 알츠하이머 PET-CT 진단시약 국내 시장에서 듀켐바이오가 생산하는 ‘뉴라체크’와 ‘비자밀’의 비중이 도합 94.3%를 차지하고 있다. 뉴라체크는 독일 LMI가, 비자밀은 GE헬스케어가 개발한 진단제로, 양사로부터의 기술이전을 통해 현재 듀켐바이오가 국내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2002년 설립된 듀켐바이오와 지오영의 계열사 케어캠프의 방사성의약품 사업부문이 합병되면서 2021년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양사는 국내 방사성의약품 진단제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기업이었는데,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로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방사성의약품, 그중에서도 반감기가 더 짧은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완제품을 수출·수입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 라이선스 생산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며 “듀켐바이오와 케어캠프가 국내 주요 거점에 생산시설을 갖춘 방사성의약품 분야 선두주자였기 때문에 LMI나 GE헬스케어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반감기는 수일에 달하지만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반감기는 수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공급사를 선정할 때는 제조소의 위치나 규모가 관건이 된다.
듀켐바이오는 반감기가 끝나기 전 국내 병원에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이 배송될 수 있도록 전국적인 제조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듀켐바이오는 전국 12개 대형병원에 제조소를 보유하고 있고 이중 6곳이 GMP 인증을 받았다”며 “방사성의약품 제조소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고, 전국 어디에도 최대 2시간 내엔 공급할 수 있도록 각 제조소의 위치도 전략적으로 숙고해 선정했다”고 했다.
이는 해외 제약사들이 방사성의약품 생산 파트너를 선정할 때 듀켐바이오를 가장 먼저 찾는 이유기도 하다. 제대로 유통될 수 있는 환경과 제조능력을 가진 듀켐바이오에서 굳이 다른 파트너사로 바꿀 이유도 없을뿐더러, 새 진단제를 한국에 선보이고 싶을 때도 리스크를 감수하며 1위 외 업체와 접촉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다른 회사의 GMP 제조소로 생산기지를 바꾸려면 관련 요건을 맞추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허가도 받아야 하는데 전 과정이 보통 2년 걸린다”며 듀켐바이오와 후발주자 사이에는 최소 2년의 격차가 있다고도 했다.
듀켐바이오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하려 하는 것도 확고한 1위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다. 생산능력(CAPA)을 늘려 공급망을 탄탄히 할수록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방사성의약품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리고 당연히 그 중심에는 듀켐바이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듀켐바이오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은 공모자금 중 약 130억2000만원을 생산시설에 투자할 방침이다. 한양대병원과 영남대병원 등에 알츠하이머 진단제 생산을 위한 제조소를 만들고, 신촌세브란스병원 제조소에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것은 아태지역 방사성의약품 허브가 되기 위한 장기 계획의 실천전략이다. 오는 2029년까지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CDMO CAPA를 2만 도즈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의 경우 진단제보다 반감기가 더 길기 때문에 근거리 해외 수출이 가능하다.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CDMO 시설을 통해 아태 지역 방사성의약품 물류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의 경험으로 관련 규제가 강하고, 중국의 경우 생물보안법과 같은 리스크를 염두에 둬서인지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과의 협업 진도가 더딘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성숙도가 높고, PET-CT 촬영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허브가 되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방사성의약품 물류 허브가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국내 암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플루빅토 처방을 원하는 전립선암 환자들이 많지만 공급난 와중에도 국내 공급은 더 어려웠잖아요. 플루빅토 생산시설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공급하는 것은 물류 비용이 높아 마진이 줄어드니 노바티스 입장에서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죠. 듀켐바이오가 아시아 방사성의약품의 중심 생산기지가 된다면 국내 환자들의 투약이나 처방도 한결 더 쉬워지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