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3년간 날아간 관광 수입 5772억원
by이선우 기자
2024.11.12 00:01:00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연간 1924억원, 3년간 5772억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공개한 무비자 입국 외국인 대상 사전 입국신고 제도인 ‘전자여행허가제’(K-ETA) 도입 이후 줄어든 관광 수입액 규모다. 지난해 전체 국내 영화 수출액 680억원의 3배, 2040억원 만화(웹툰) 총수출액에 버금가는 수치다. 그나마 전체 112개국 적용 대상 가운데 비중이 큰 상위 20개국, 그중에서 방한 수요가 확연히 준 태국, 말레이시아 감소분만 따진 결과다.
그렇다고 도입의 원래 취지인 불법 체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12월 말까지인 한시 면제 대상에서도 빠진 태국, 카자흐스탄은 같은 기간 불법 체류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K-ETA 덕에 폭증은 막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제2의 비자’라며 줄기차게 폐지를 주장해 온 관광·여행 업계에 힘이 더 실리는 모양새다.
K-ETA는 도입 직후부터 관광·여행 업계의 원성을 샀다. 효과는 없고, 불편부당한 피해만 키워 방한 수요를 갉아먹는다는 이유에서다. 뿔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과 대만,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제 발등을 찍다 못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자충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목할 대목은 국내에선 폐지 요구가 거세지만 해외에선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ESTA), 캐나다(AVE), 이스라엘(ETA-IL), 호주(eVisitor) 외에 영국(ETA), 유럽연합(ETIAS)이 내년 도입을 앞둔 상태다. 건국 이래 최대 인바운드 시장 호황기에 있는 일본도 2030년 도입을 공식화했다.
도입 배경은 불법체류 방지와 테러, 전염병 위협으로부터 안전 확보 등으로 같지만, 준비 과정은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마치 안팎으로 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은 듯 피해와 영향 최소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위한 것’이라며 펼치는 홍보전도 꽤 전략적이고 입체적이다.
EU는 ETIAS와 동시에 출입국 심사 대기시간을 줄여줄 자동출입국시스템(EES)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이 최근 제안한 ‘사전입국심사제’ 역시 전자여행허가제(J-ETA) 도입에 따른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도입 3년째에 접어든 K-ETA를 무 자르듯 폐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간 들인 예산과 행정력이 적지 않은 탓이다. 그동안 놓친 전후, 좌우의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 치밀하고 입체적이면서 투명한 운용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요 해법이다. 그렇다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개선에 그쳐선 곤란하다.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기 위해 K-ETA의 용도를 억제와 통제에서 촉진과 활성화로 확장하는 인식과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K-ETA로 반한(反韓), 혐한(嫌韓) 감정이 격화한 동남아 7억 인구 중 30%가 머지않은 미래에 여행시장의 ‘큰손’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공항에 면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문제다. 이래야만 K-ETA가 정책·제도의 기본 요소(정합성·수용성·실행력) 중 실행력 하나만 갖춘 ‘외발 정책’이라는 박한 평가와 오명에서 벗어나 효능감 높은 제도로 안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