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희 UCLA 명예학장 "젬백스 GV1001은 다중 기전...항암제 부작용 막고 암 억제"②

by김지완 기자
2024.10.23 09:10:00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박노희 UCLA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석학교수이자 명예학장은 최근 한국 방문에서 △GV1001의 암 화학 요법으로 유발된 죽상 동맥 경화증 발병 예방 △GV1001의 CD47 발현 억제 및 암세포의 대식세포 활성화 연구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이데일리는 이번 연구 발표와 관련해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노희 UCLA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석학교수이자 명예학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우리 몸에는 여러 가지 면역세포가 있다. 그중에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는 침입한 외부 물질이나 암세포 등을 잡아먹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자기 방어를 위해 CD47이라는 단백질을 만든다. 이 단백질은 대식세포에게 ‘나는 먹지 말아라’는 신호를 보내 암세포 공격을 방해한다. 실험결과 GV1001 투약하면 CD47 억제가 상당히 잘 진행됐다.

그렇다. 다중, 복합기전 등 어떤 표현이든 무방하다. 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혈관벽을 이루는 ‘혈관내피세포’가 섬유세포처럼 길어진다. 혈관내피세포가 섬유세포처럼 길쭉해지면 혈관벽에 구멍(틈)이 생긴다. 이 구멍으로 염증을 포함해 온갖 잡스러운 것들이 혈관으로 유입된다. GV1001이 혈관 틈이 벌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GV1001의 첫 번째 효능이다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 벽에 지방이 쌓인다. 동맥경화증이 일어나면 대식세포는 혈관 벽에 쌓인 지방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제거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대식세포가 지방을 많이 먹게 되면, 거품 세포(foam cell)로 변하게 된다. 혈관 내벽의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이 부위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지방이 쌓이기 쉬운 환경이 된다.

결국 거품 세포는 지방으로 가득 찬 커다란 대식세포 중 하나로, ‘혹’으로 발전한다. 혹이 커지면 혈관을 좁히고, 혈류를 막아 심장마비나 뇌경색 등의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GV1001은 혈관내피 기능장애를 막아, 대식세포가 거품세포로 변하는 것을 억제한다.

마지막으로 ‘평활근 세포’ (Smooth Muscle Cell)와 연관성이다. 혈관 속에서 평활근 세포는 암세포처럼 CD47을 분비해 대식세포가 자신을 포식하지 못하게 막는다. GV1001이 CD47 발현을 억제하니 혈관이 좁아지지 않는다. GV1001의 작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놀랍다.

※평활근 세포는 혈관 벽을 형성해 혈류를 조절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맥경화증이 진행될 때, 평활근 세포는 플라크 형성에 참여하고, 증식해 혈관을 더욱 좁힌다.

박노희 UCLA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석학교수이자 명예학장. (사진=김지완 기자)
암 수술 환자들은 몸속 암세포가 하나라도 남으면 안된다. 암세포가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몇 년 뒤 재발한다. 몸속에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이유다.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주기 위해 방사선 치료나 화학항암제를 투약받는다.

문제는 방사선 치료나 화학항암제를 경우 동맥경화증이 생긴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다. 화학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미트콘드리아의 비정상 작동으로 증가한 활성산소가 염증을 만들고, 그 염증이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GV1001이 미토콘드리아 기능 정상화에 작용하니 항암 치료 부작용에 적용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욌다. 화학항암제와 GV1001을 동시 투약하니, 항암요법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동맥경화증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화학항암제 부작용 해결법이 GV1001에 있단 얘기다.

GV1001을 투여한 실험군에서만 염증 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이 (IL-1β, IL-6, TNF-α, MCSF) 감소했다. 대조군에선 모두 염증 매개 물질이 증가했다. 아울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화학항암제인 ‘독소루비신’에 의한 죽상동맥경화증(동맥경화)이 GV1001을 투약하자, 진행이 억제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항암 치료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인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 부분은 과학적으로 좀 더 연구하고 입증해야할 부분이다. 다만 추측은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안에 막이 2개가 있다. 계란도 보면 밖에 껍질이 있고, 안에 얇은 막이 하나 더 있지 않나.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질 때는 이 2개의 막이 먼저 파괴된다. 내 생각엔 GV1001이 미토콘드리아 안쪽 막에 붙어서, 막이 파괴되지 않고 유지되게 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물질 때문이다. 세포 수명은 텔로미어 길이에 의해 결정된다. 세포가 분열하면 텔로미어가 줄어든다. 텔로미어가 모두 줄어들면 세포가 사멸하는 것이다. 그 텔로미어를 줄어들지 않게 하는 효소가 텔로머레이즈다. 암세포가 무한 분열하는 것은 텔로머레이즈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텔로머레이즈에서 16개 아미노산을 뽑아 연결한 것이 바로 GV1001이다. 즉, 펩타이드다. 이 정도 수준의 펩타이드면 세포 속으로 금방 들어간다.

지금에야 밝히지만, 사실 내가 노화에 관심이 많아서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이제 연구를 엄청했던 사람이다(웃음). 예전 줄기세포 연구에서 노화할 때 텔로머레이스 효소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 사실을 학술 발표하려 할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논문 게재를 거부당했다.

과학자로서 오랜 경험과 그동안의 GV1001을 이용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GV1001은 다중기전 약물이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진행성 핵상마비(PSP) 등 신경계 약물로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박 학장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약리학 박사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치의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박 학장은 1984년 UCLA 치대 교수로 부임해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UCLA 치대 학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가 됐다. 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는 총 85명이다. 우장춘 박사, 이휘소 박사 등이 유공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공자 가운데 64명이 사망했고 생존자는 21명에 불과하다. 박 학장은 21명의 생존 유공자 중 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