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AI 심부전 진단 솔루션, 석달 만 유료고객 30만 돌파 비결은

by석지헌 기자
2024.09.30 10:15:44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올해 6월부터 건강검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나오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매출이 4배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내후년인 2026년에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하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매출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제공= 메디컬에이아이)
권준명 메디컬에이아이 대표는 지난 24일 이데일리와 만나 “아직 건강검진 시장 진출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유료 사용자 수가 누적 30만 명을 넘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19년 설립된 메디컬에이아이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AiTiALVSD’(에티아 엘브이에스디)를 상용화했다.

기존 기술로는 심전도 데이터로 심부전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은 심장 초음파인데, 건강보험으로 연 1회는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100% 자기 부담금으로 적용된다. 비용은 대학병원 기준 20만~30만원 선이라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심장초음파 대신 혈액검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혈액 검사의 경우 정확도가 72%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메디컬에이아이는 AiTiALVSD는 심전도 데이터만 갖고도 AI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 97.1%로 심부전 위험도를 점수로 알려준다. 심전도 검사 결과지에 ‘본 환자의 AiTiALVSD 점수는 OO점 입니다’라는 문구가 뜨는 식이다. 9.7점 이상이면 심부전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심장초음파를 시행하고, 이를 통해 심부전을 확진한다.

회사는 급성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을 진단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 ‘AiTiAMI(에티아 엠아이)’도 개발했는데, 이 제품과 AiTiALVSD 모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후 혁신의료기술로 지정 및 고시돼 현재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처방이 되고 있다.

권 대표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10년 가량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를 마치고 세종병원에 취직했다. 세종병원 응급의학과 내 심폐소생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원내 사망 사건들을 리뷰하고 예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위기 징후를 사전에 확인하고 대처하는 방법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단 의지로 방송통신대학교 바이오 정보통계학과 석사에 입학, 3년 간 프로그래밍과 서버 구축을 공부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AiTiALVSD다.

회사는 올해 6월 건강보험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 ‘터닝 포인트’를 만났다.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KMI 건강검진센터 전국 8개 지부에 AiTiALVSD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전국 50여 개 대형 의료기관이 AiTiALVSD를 사용 중이며, 이에 따른 유료 사용자 수는 매월 10만 명에 달한다. 누적으로는 30만 명이 넘는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올해 예상 매출 25억원, 내년 매출 1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AI 기술이 실제로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걸 증명해내고 있는 셈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용자가 몰린 건 높은 ‘사용성’이 한몫했다. 메디컬에이아이는 병원 전산망에 솔루션을 안정적으로 연동시켜 의료진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ECG’라는 코드 대신 ‘AI ECG’라고만 입력하면 곧바로 메디컬에이아이의 솔루션이 가동돼 심부전 점수를 알 수 있는 식이다.



권 대표는 “우리는 법을 위반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서버에 담아 병원 전산실에 설치해 모든 서비스가 외부로의 데이터 송수신 없이 병원 전산망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되도록 했다”며 “이 때문에 병원은 보안 걱정없이 우리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고 실제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 분들도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의사들이 눈으로만 심전도 데이터를 봤을 땐 정상이었는데, 우리 제품을 써보니 심부전 고위험군으로 나온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병원 전산망에 탑재된 메디컬에이아이 솔루션. ‘ECG’ 대신 ‘AI ECG’를 입력하면 된다.(출처= IR 자료)
메디컬에이아이는 내년 AiTiALVSD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유럽 CE 인증 등을 받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허가를 받고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2026년에는 매출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인도 인허가 승인도 받을 전망이다.

동시에 내년에는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며, 내년 초 기술성 평가 신청, 내년 말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동시에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권 대표는 “우리는 주주 구성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주된 매출은 해외에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해외 상장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나스닥, 캐나다, 싱가포르 증권 시장 상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안마의자’와 ‘스마트워치’ 등 일상에서도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바디프랜드와 오랜 기간 협업해 준비해 온 ‘심전도 측정’ 안마의자는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다. 바디프랜드는 현재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안마의자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장기적으로 전체 판매 제품 50% 이상에 심전도 측정 서비스를 붙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세종병원그룹과 심전도 판독 서비스 앱 ‘하트세이프’도 공동 개발했다. 스마트워치에 탑재하면 심전도를 병원에 자동 전송하는 서비스다. 갤럭시워치와 애플워치에 모두 호환 가능하며 측정한 심전도를 분석해 질환을 진단하거나 발생을 예측해 준다.

메디컬에이아이는 바이오 벤처지만, 연 매출 4000억원 규모를 자랑하는 안마의자 개발사 바디프랜드가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김흥석 바디프랜드 대표이사는 권 대표와 메디컬에이아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