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서 발견된 ‘가방 속 시신’…친구들에 살해당한 20대였다 [그해 오늘]
by이재은 기자
2024.08.02 00:00:00
폭행 과정서 피해자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도
우려하는 지인에도 구호조치 없이 방치 후 살해
여행용 가방 절도 후 피해자 시신 담은 뒤 유기
1심, 징역 18·10년→대법서 징역 30·20년 확정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19년 8월 2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중구 덕교동 잠진도의 한 선착장에서 여행용 가방이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수상한 가방이 버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결과 20대 남성 A씨의 시신이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거주자였던 피해자가 인천의 섬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동갑내기 친구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잠진도 한 선착장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입건된 B씨와 C씨가 2020년 8월 5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모습. 이들은 “왜 (피해자를)살해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심사장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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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19년 7월 29일이었다. 가해자인 B씨와 C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시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흡입한 뒤 A(당시 22세)씨와 말다툼을 하다 그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친구 사이였던 세 사람이었지만 금전 등 문제를 이유로 B씨와 C씨가 A씨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이었다.
일방적인 폭력 끝에 A씨는 숨을 가쁘게 쉬며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됐지만 두 사람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A씨의 사진을 찍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SNS를 본 지인이 “지금 뭐하는 거냐. 얘를 왜 그렇게 했냐”고 우려하자 오히려 두 사람은 구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주먹과 발로 피해자를 때렸다. 7시간 넘게 폭력에 노출된 A씨는 결국 정신을 잃었고 2시간가량 오피스텔에 방치되다 숨졌다.
B씨 등의 범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A씨를 살해한 사실을 숨기겠다며 지인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을 훔쳤고 인터넷으로 시신 유기 장소까지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뜰 거다. 밀항할지 월북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A씨의 시신을 훔쳐온 여행용 가방에 담고 택시를 이용해 잠진도에 간 뒤 이를 유기했다.
하지만 B씨 등의 범행은 곧 들통 났다. 사건 이틀 뒤 한 주민이 “선착장에 수상한 여행용 가방이 버려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것이었다. 사건을 들여다본 경찰은 A씨의 행적을 조사하던 중 B씨 등과 연락되지 않고 소재 파악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이들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옴에 따라 B씨 등은 범행 4일 만에 자진 출석했고 A씨를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은 법정에서 살인 고의성을 부인하며 “어깨와 가슴 등을 밀치듯 때린 적은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반인륜적인 행동을 했고 피해자를 가장해 유족이나 피해자의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법정에서 범행 의도를 부인하고 있어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A씨는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B씨는 과거 벌금형을 2차례 받은 적이 있지만 폭행 정도가 비교적 약하다”며 B씨에게 징역 18년을, C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B씨 등과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쌍방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 징역 30년과 2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 앞에서 인증샷을 남길 목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가학적, 엽기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C씨 또한 B씨의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족들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데도 피고인들은 고의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