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4.08 05:00:00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이 무위에 그치면서 의·정 갈등이 더욱 꼬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제의하고 박 위원장이 받아들여 성사된 지난주 면담은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으로 주목받았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져 오히려 골만 깊어졌다. 면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증원 규모를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 조정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박 위원장이 전면 백지화가 선행돼야 협의가 가능하다고 맞선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의료계의 반응이 가관이다. 대전협은 면담 직전에 낸 성명에서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했고, 박 위원장은 면담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한 줄만 남겨 성과가 전혀 없음을 내비쳤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자는 SNS에 “외부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날 더 힘들게 한다”고 썼다. 윤 대통령의 면담 제의에 응한 박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협에서는 박 위원장이 내부 의견 취합도, 사전 공지도 없이 독단적 결정으로 윤 대통령과 만났다는 등의 이유로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을 향해 “대통령이 초대하면 조건없이 만나보라”고 했던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홍보위원장은 사퇴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단일한 대화 창구’와 ‘통일된 의견’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병원 경영진과 의사들, 대형병원 의사와 동네 개원의들, 의대 교수와 의료단체들이 각자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다 보니 효율적인 협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분오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증원 규모에 대해 의료계에서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견과 ‘축소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의협과 대전협 등 일부 의사단체들이 의료계 전체 의견을 수렴하거나 조율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 입장만 고집하며 정부에 맞서기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의료 공백이 두 달이나 계속되면서 국민의 불편과 고통, 피해가 막심하다. 당장 환자 곁으로 복귀하고 정부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