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부채비율 낮춰라…임시방편은 ‘영구채’
by박미경 기자
2024.03.14 06:37:38
SK인천석화, 4600억 규모 영구채 발행
회계상 자본 인정…자금조달·확충 동시에 가능
높은 금리 수준은 발행사에게 부담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부채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현금 유동성 확보와 동시에 회계상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차입금의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부채의 일종이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콜옵션(조기상환권)이 발행사에 있다는 특성 때문에 회사채와 달리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이 4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모채로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3년 뒤 콜옵션 조건이다. 지난해 3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5000억원 규모 사모채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단일 사모채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지난 2019년 발행한 회사채 차환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오는 15일 총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일부를 자본으로 전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28.7%로, 2022년 말(281.5%)과 비교했을 때 실적 악화 등의 여파로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영화관 사업자 1, 2위인 CJ CGV(079160)와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도 나란히 영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영화 관람수요가 회복했으나 코로나19 기간 이후 누적된 손실이 여전한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J CGV는 공모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1200억원 규모를, 롯데컬처웍스는 사모시장에서 2000억원 규모를 조달한다. 채권 만기는 30년으로 CJ CGV는 2년 후, 롯데컬처웍스는 3년 후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자체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 놓아자 모회사인 롯데쇼핑 보증으로 사모채를 찍었다. 만일 롯데컬처웍스가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 롯데쇼핑이 부족한 자금을 대신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2018년 말 롯데쇼핑으로부터 물적분할 된 롯데컬처웍스의 부채비율은 3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업황이 나빠지자, 부채비율이 △2020년 말 885.3% △2021년 말 1594.5% △2022년 말 3474.5% 등의 순으로 급증한 상태다.
지난 2월 효성화학(298000)도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주사 효성이 신종자본증권 인수를 통해 계열사인 효성화학에 자금을 수혈하는 모습이다.
한편 높은 금리 수준은 발행사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효성화학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표면이자율은 8.30%로 나타났다. 발행일로부터 2년 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최초 이자율에 연 3.5%, 5년 이후엔 연 4.5%, 10년 뒤엔 연 5.5% 금리가 추가 가산된다. 연이자가 최대 21.8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은 3~5년 뒤 콜옵션 조건을 붙여 발행해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차입금의 성격이 강한 만큼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지주사 등 금융권 위주로 발행이 이어졌으나, 최근 일반 기업들도 자본 확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사모채의 경우 수요예측 등의 과정과 공시 부담이 적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감당하면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