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펀드 지원 몰려…자본시장 '구원투수' 될까
by김근우 기자
2023.05.31 10:00:42
PF펀드·기업구조혁신펀드 지원 몰리며 '흥행'
예년 대비 LP 출자 줄자…"눈도장 찍자"
"민간자금 매칭 만만찮아"…결과 지켜봐야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긴축기조로 시장 유동성이 말라붙은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자금 공급에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캠코가 조성하는 두 개의 조(兆) 단위 펀드의 위탁운용사 선정에 대거 지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중 자금이 마르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기업이 늘었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멈췄다. 캠코가 침체된 자산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캠코가 1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 출자 사업에는 이지스·마스턴·코람코·캡스톤·하나대체자산운용을 비롯한 부동산 전문 운용사부터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금융지주 계열 대형 운용사까지 25개 운용사가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의 지원대상은 부실화했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PF 사업장으로, 캠코가 5000억원의 출자에 나서며 선정된 5개 운용사가 1000억원씩을 모집해 총 1조원 규모로 펀드가 조성된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PF사업장 특성상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눈도장’을 받으려는 운용사들이 대거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29조9000억원으로, 전년(112조6000억원) 대비 17조3000억원이 늘었다.
캠코가 조성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 위탁운용사 모집에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키스톤PE, 큐리어스파트너스 등 관련 경험이 많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비롯해 27개 운용사가 지원했다. 캠코가 2800억원을 출자하는 가운데,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함께 5000억원 규모의 모펀드를 조성해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지난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4조9000억원이 조성됐으며 현재까지 100개 기업에 3조8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3호 펀드까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모펀드 운용을 맡았지만 4호 펀드부터 캠코가 그 역할을 넘겨 받았다.
두 출자 사업에 다수 운용사가 지원한 공통적인 배경으로는 ‘큰 손’ 기관투자자들의 출자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 꼽힌다. 연기금·공제회 등 전통적인 LP(출자자)들이 지난해에 비해 출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예년에 비하면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캠코는 과거 모태인 성업공사 시절부터 부실채권(NPL) 인수와 정리를 주로 맡아왔지만, 최근 대체투자 규모를 늘리며 핵심 LP(출자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중견 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의 크레딧 펀드에 출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빌리티 섹터를 겨냥해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PDF(Private Debt Fund)에 후순위로 1000억원을 출자했다
조(兆) 단위 조성을 목표로 하는 PF 펀드와 기업구조혁신펀드를 모두 캠코가 도맡으면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은 보다 커질 전망이다. 자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해부터 정부는 구조조정을 민간에만 맡겨두기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투입한 자금을 마중물로 민간자금까지 끌어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구조조정펀드 위탁운용사 모집에 지원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더라도 결성 기한 등을 고려했을 때 민간자금을 매칭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다수 운용사가 지원하며 출자 사업이 흥행하는 듯 보이지만, 캠코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민감자금을 유치하는 마중물 역할에 성공하는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결성되는 펀드 규모 등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