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천황? 나루히토 OO 즉위식[그해 오늘]
by김영환 기자
2022.10.22 00:02:00
2019년10월22일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식 열려
국내에서는 일왕과 천황 등 용어 사용 놓고 갑론을박
1998년 김대중 정부부터 정부의 공식 명칭은 ‘천황’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태어난 첫 번째 일왕인 나루히토(德仁)가 즉위를 선언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전 세계를 향해 “헌법에 따라 일본 및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중략)
22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126대 일왕인 나루히토는 도쿄 지요다구 고쿄(皇居·일본 왕궁)의 규덴(宮殿)에서 개최된 ‘즉위례 정전의 의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즉위식은 1990년 이후 29년 만에 열렸다.
지난 2019년 10월22일 이데일리 기사 일부를 발췌했다. 이데일리는 나루히토를 ‘일왕’이라고 썼다. 이데일리 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도 ‘천황’이라는 표현 대신 ‘일왕’으로 표기했다.
| 지난 2019년 4월 퇴위한 아키히토 천황·일왕(사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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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이든 ‘일왕’이든 나루히토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어서 우리 정부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 일본 헌법에도 ‘천황’에 대해 일본의 상징이라고만 표현할 뿐 ‘국가원수’로 칭하지 않는다. 여타 다른 입헌군주제 국가들과 결이 다르다.
다만 대한민국 정부는 단순한 외교적인 관례로서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하고 있다. 나루히토 즉위식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방문한 것도 그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이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두 나루히토를 ‘천황’이라 지칭했다.
당시에도 ‘천황’과 ‘일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즉위식 전날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일 천황’이라는 표현을 쓰자 여야를 막론하고 용어를 문제 삼았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천황으로 표기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고,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황제라고 부르는 것이 입에서 잘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의 공식 호칭은 강 전 장관의 표현대로 ‘천황’이다. 1998년 9월11일 박지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을 발표하면서 ‘천황’이라 표현했고 앞으로 한국 정부의 공식 명칭을 ‘천황’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후 우리 정부에서는 줄곧 ‘천황’을 유지했다. 참여정부 당시 독도 분쟁이 불거지면서 다시 ‘일왕’으로 전환할 것을 추진했으나 그대로 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한 뒤 사과를 요구하면서 ‘일왕’이라 낮춰 불렀으나 이는 일회성이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대한제국을 일제에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조차 ‘천황’이라 표현했다. 일본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 고개를 들고 세수했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마저 ‘조선혁명선언’에서 ‘천황’을 썼다.
| 지난 2019년 10월 나루히토 천황·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일본 내각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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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 대신 ‘일왕’이 급격하게 대두했던 것은 1980년대 후반 들어서다.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파동과 재일동포 지문날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반일 감정이 거세졌다. 이후 언론이 ‘일황’, ‘일왕’이라는 명칭을 선호하게 됐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민정서는 여전히 ‘천황’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 인색하다. ‘천황’은 ‘일왕’의 높임이란 인식이 강하다. 반면 왕정 폐지도 이뤄내지 못한 일본의 시대착오적 호칭에 감정을 싣지 말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권도 거의 없는, 황제도 왕도 아닌 일본의 상징으로서의 호칭일뿐이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