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억 들여 대전에 5번째 국립현대미술관"…윤범모 '큰 그림'

by오현주 기자
2022.04.07 00:02:00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연임 새 비전
'대전관' 건립해 4관체제서 '5관체제'로
옛 충남도청사 활용…지상 3층 지하 2층
연내 설계 내년 착공 2026년 상반기 개관
'이건희컬렉션' 순회 '미술한류' 본격화도

대전시 중구 중앙로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사(위)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 조감도 예시.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에 이어 대전에 다섯 번째 국립현대미술관이 건립된다. 예산 454억원을 투입해, 연내 기본설계를 마치고 2023년 착공,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정식 개관은 2026년 상반기로 예상했다(사진=대전시·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옛 충남도청사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선다.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에 이어 ‘대전’에 서는 다섯 번째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로써 지금의 4관 체제에서 ‘5관 체제’로 확장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제5관이 될 ‘대전관’의 윤곽은 6일 윤범모(71)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발표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50년 확장기(2022∼2024) 중점방향’에서 나왔다. 지난 2월 말 재임용에 성공한 윤 관장은 ‘대전관’ 건립을 공식화하며 3년을 연장한 임기 중에 추진할 큰 그림을 그렸다.

“과학도시 대전의 특수성을 살리면서도 지역과 미술계 여론을 모아 중부권의 문화예술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거다.”

윤 관장은 대전관 건립의 의의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모두의 미술관’에서 찾았다. 문화예술계가 끊임없이 지적해온 “수도권과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낮추는 시도”라는 거다. 여기에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재생”이란 의미도 덧붙였다. 실제로 옛 충남도청사는 1932년 건립한 국가등록문화재(제18호). 현재는 본관동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윤 관장은 “미술관 문화 활성화는 미술관인으로서 영원한 꿈”이라며 “TF를 만들어 대전관 건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옛 충남도청사 내 ‘국립현대미술관 대전’ 건립을 위한 ‘사업부지 토지이용계획안’과 ‘대전관 배치안’(사진=국립현대미술관).


본관 지상 3층, 지하 2층으로 건립할 대전관은 부지 2만 5456㎡(약 7700평), 건축연면적 2만 6097㎡(약 7494평) 중 1만 2555㎡(약 3797평)를 활용하게 된다. 총사업비로 454억원이 투입된다. 예산은 최근 기재부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칭은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대전’이다. 올해 기본설계에 들어가 2023년 착공하고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정식 개관은 2026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전국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미술문화’란 취지를 깔고 있지만 대전관 건립은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시급한 현안과 관련이 있다. 소장품으로 턱까지 채운 수장고 문제까지 해결하자는 거다. 현재 미술관의 수장능력은 95%를 넘겨 한계치 수준이다. 수장고 문제는 지난해 미술관이 이건희컬렉션 1488점을 기증받으며 불거졌다. 현재 미술관의 소장품 1만여점은 과천관 40%, 청주관 60%로 분산 수용돼 있다.

대전관 설립으로 4관 체제로 운영하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제껏 수장고 기능을 전담해오다시피 한 청주관의 변신이 불가피해졌다. 윤 관장은 “청주관을 ‘미술품 종합병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생사가 염려될 정도로 병든 작품이 많다”며 “그럼에도 이들을 치료하는 기관이 마땅치 않았는데 첨단 기자재와 전문가를 보유한 청주관에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보존처리와 과학감정’을 활성화하겠다는 얘기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50년 확장기(2022∼2024) 중점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재임용에 성공한 윤 관장은 ‘대전관’ 건립을 앞세운 ‘확장과 연결’ ‘미술한류’ ‘생태미술관’ ‘디지털혁신’ 등 3년을 연장한 임기 중에 추진할 ‘큰 그림’을 그렸다(사진=뉴스1).




‘확장과 연결’이란 테마로 그린 윤 관장의 3년 ‘큰 그림’에는 대전관 외에도 지난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이건희컬렉션’ 전국 순회전이 들어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다.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을 거치고 이후에는 각 도시 공립미술관을 돈다. 윤 관장은 “앞으로 3년간 10여개 도시를 순회할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사인 이건희컬렉션 실체를 하루빨리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윤 관장이 주창해온 ‘미술한류’ 사업도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다. 윤 관장은 “한류 바람에 순수예술이 동참하는 건 시대적 사명”이라며 “글로벌 이슈를 선도할 국제교류TF를 꾸려 한국미술을 해외에 더욱 각인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란 다짐을 내놨다. 첫 스타트는 오는 11월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다트머스대와 함께 여는 ‘한국미술주간’이 끊게 된다. 해외 유수기관과 협력하는 기획전·순회전도 줄줄이 예정했다. 5월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서 여는, 지난해 MMCA 현대차시리즈로 선정된 ‘문경원·전준호 전’이 가장 먼저다. 이어 7월 ‘독일 카셀도쿠멘타15 아시아 프로젝트’가, 9월에는 ‘미국 라크마(LACMA) 한국근대미술전’과 ‘독일 ZKM김순기 순회전’을 연다. 내년에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실험미술전’과 ‘중국미술관 교류전’이 기다린다. 그 이듬해에는 2020년 히트작이라 할 ‘한국근현대서예전’을 대만 타이페이미술관에서 펼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서울 삼청로 서울관에서 오는 4월 13일까지 여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배경으로 앉았다.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처음 임명된 윤 관장이 지난 3년 임기동안 수행한 가장 큰 성과로는 지난해 ‘이건희컬렉션’ 중 1488점을 기증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연 일이 꼽힌다(사진=이영훈 기자).


윤 관장은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처음 임명됐다. 지난 3년 임기동안 가장 큰 성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연 일이 꼽힌다. ‘이건희컬렉션’ 외에도 박주환 전 한국화랑협회장이 보유했던 ‘동산방컬렉션’ 200여점을 기증받아 미술관 소장품 규모를 키웠다. 과천관의 상징이라 할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을 3년여에 걸쳐 복원해 올가을 대중공개를 앞두고 있고, 미술관 안팎의 33인 전문가가 참여한 ‘한국미술 1900∼2020’을 발간하기도 했다. 변변하게 내세울 자료조차 마땅치 않던 한국 근현대미술 120년사를 집약한 연구체계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