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면 치매에 더 잘 걸릴까 [조성진 박사의 엉뚱한 뇌 이야기]

by노희준 기자
2022.02.26 00:01:00

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류 역사적으로 인간의 뇌가 진화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불의 발견’을 꼽는다. 불을 이용하여 고기를 익혀 먹기 시작해서 소화기관으로의 과다한 혈액 공급을 줄일 수 있었고, 장의 길이도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뇌로 혈류가 많이 갈 수 있게 되어 뇌 발달을 촉진시켰다는 이론이다. 그 이후 연구자들은 뇌의 크기가 건강과 기능을 결정지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나 뇌 크기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미하였다.

비만과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하나의 연구로 영국의 마크 해머 교수는 체지방이 뇌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비만한 사람에서 뇌의 크기가 작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MRI 스캔을 사용하여 뇌의 크기를 계산하고 백질과 회질의 부피를 조사했는데 BMI가 30 이상인 사람들에서 뇌 부피가 가장 적었고, 뇌량의 크기도 작았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중년의 비만은 뇌 수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으나 비만이 뇌의 부피를 변화시키는 것 인지, 아니면 뇌 구조의 이상으로 비만이 발생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복잡한 사고, 계획 그리고 자제 능력에 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이 비만과 체중증가를 일으킬 수 있는 과식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서 활동이 떨어진다고 하였다. 즉 비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인지 저하와 치매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내장 지방은 대사 질환의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고 전신적인 경도의 염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체지방 분포 차이가 뇌 형태학적 구조의 차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필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 뇌의 포만 중추에 의해 배부름을 느끼며 과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과정은 장내분비 세포에서 호르몬을 혈류로 보내 뇌의 포만 중추에 신호를 보내는 체계를 이루고 있는데, 장내분비 세포의 감소가 되면 포만 호르몬 방출을 감소시켜 과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만은 결국 에너지의 불균형이다.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 비만이 발생하는 것인데 우리는 단순히 음식 섭취에 대한 자제력과 의지의 부족이라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대사 요인과 관련이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3년 미국의사협회에서 비만은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되었는데, 비만이 단순히 운동이 부족하고 과식의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사 요인에 의한 신체 기능을 손상 시키는 질병에 해당하는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키와 체중을 기반으로 하는 체질량지수(BMI)는 사실 근육량, 골밀도, 전체체성분, 인종 및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부정확한 지수 임에도 오늘날 BMI가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BMI가 30 이상인 사람은 당뇨병, 암, 심뇌혈관질환, 골관절염, 간 및 담낭 질환의 발병위험이 상당히 높다. 이는 조기 사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BMI의 가장 큰 결점은 사람의 체지방 대 근육 함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육의 무게는 지방보다 무겁다. 따라서 BMI는 필연적으로 근육질의 운동선수를 실제 보다 뚱뚱하게 분류하는 오류를 번하게 된다. 그래서 BMI보다 허리-신장 비율이 심혈관 질환 발병의 더 우수한 예측 인자로 알려지게 되었고, 허리 둘레를 키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키가 180cm 인 사람은 허리둘레가 90cm (35.4 인치) 이하로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순이다. 멕시코를 제외한 가장 뚱뚱한 국가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이다. 사실 언어와 비만과 연관성은 없지만, 한가지 이론은 모두 미국식 생활 방식으로 인해 비만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어디든지 운전하고, 저녁에 TV 시청을 하며 간식을 먹고, 패스트푸드 등을 먹는 것들이 공통적으로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비만율은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낮지만 일본에 이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4%가 고도 비만이며, 30%가 과체중이라고 한다. 여성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과체중이 줄어들지만, 남성은 사회경제적 또는 학문적 수준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단 부모 중에 한명이라도 비만이 있는 경우 자식이 비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는 3배, 여아는 6배 이상 비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뇌를 위해 자식을 위해 그리고 노년의 치매 예방을 위해 허리둘레를 줄이는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