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어디서 사든 내맘대로 취소·변경 가능해진다[관광벤처]

by강경록 기자
2021.11.19 00:00:03

‘워짜이날’로 뜬 ‘누아’, 항공권 사업 도전
항공사·여행사 직거래 ‘예약발권시스템’ 개발
여행사 통해 항공사 부가서비스도 가능해져
AI 기반 여행사 백오피스 시스템도 내놔
관광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 사업 선발돼

서덕진 누아 대표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난해 12월 열린 과기정통부 주관 ‘2020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 대회. 국내 최대 AI대회로 꼽히는 이 행사에서 한 벤처기업은 응급 환자 판별 기술로 참가기업 중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AI) 기반 여행 서비스 기업인 ‘누아’(대표 서덕진)가 그 주인공이다. 누아는 지난 2014년 방한 중국인 자유 여행객의 필수 앱으로 자리잡은 ‘워짜이날’과 여행지하철앱 ‘트리아이 매트로’를 개발한 회사다. 워짜이날은 2014년 앱을 출시하자마자 중국 앱스토어에서 1위(2015년 1월)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6월에는 관광 분야 유망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2021 관광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 사업’에도 최종 선발됐다. 누아는 그동안 축적한 AI 기술을 바탕으로 ‘항공발권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자리한 누아 본사에서 서덕진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아가 최근 새로 시작한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AI 기반 통합 항공 발권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여행사들은 항공권 발권 시 항공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항공예약발권 시스템인 GDS(Global Distribution System) 플랫폼을 사용했다.

GDS 플랫폼은 항공사와 여행사를 연결하는 항공권 판매 중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는 GDS를 통해 전 세계 항공 스케줄과 요금 정보를 확인하고 발권할 수 있다. 글로벌 GDS 플랫폼 기업으로는 아마데우스(Amadeus), 세이버(Sabre), 갈릴레오(Galileo) 등이 있다. 전 세계 여행사는 이 중 하나의 플랫폼을 이용해 항공권 발권 업무를 진행해오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여행사들은 토파스여행정보와 아시아나세이버라는 회사를 통해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을 유통해왔다.

서 대표는 “GDS 기업들은 항공권 예약·발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여행사와 항공사로부터 각각 대가를 받아왔다. 여행사로부터는 정액의 월간 시스템 이용료를, 항공사로부터는 여행사의 시스템 이용량에 비례해 예약·발권 수수료를 받았다”며 “결국 소비자가 결제해야 하는 항공권 가격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누아의 통합항공발권플랫폼은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NDC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개발한 항공업계 데이터 표준으로 항공사와 여행사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예약 및 판매 유통 채널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여행사가 GDS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항공사의 항공권을 조회하는 것부터 예약, 발권, 결제 등 전 과정의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하다. 항공사는 GDS를 통해 여행사에 항공권을 간접 판매했지만, NDC를 이용하면 여행사에 100% 직접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지금까지 항공사마다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카테고리가 달라 GDC에서는 여행사와 통일해서 연동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누아 사무실에서 임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최근 누아는 싱가포르 항공과 NDC 개발을 함께 진행해 레벨4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 항공의 NDC 파트너로 선정된 것이다. 서 대표는 “NDC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경우 항공사와 여행사는 각각 1대1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누아는 OTA(온라인여행사)와 일반여행사 등 국내외 파트너들에게 싱가포르 항공과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장점은 여행사가 항공사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직접 항공권을 예약 발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취소와 변경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항공사 라운지로의 접근이나 선호하는 항공좌석의 위치 선택, 수하물 추가, 기내식 선택, 와이파이(WIFI) 사용,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GDS 플랫폼에서 여행사가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좌석에 한정돼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항공사들이 NDC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다. 대표적으로 루프트한자독일항공, 영국항공, 아메리카항공 등이다.

누아의 두번째 서비스는 AI 기반 여행사 전용 백오피스 시스템이다. 여행사의 업무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항공 예약 발권 업무뿐만 아니라 정산, 채널관리 등을 자동화했다. 항공사 시스템과 직접 연결이 가능해 항공권 취소와 변경도 가능하다. 또 항공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판매할 수 있다.

서 대표는 “누아의 이 시스템은 여행사가 각 유통채널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 채널별로 예약발권관리, 상품관리, 정산관리, 채널관리, 고객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 제공해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면서 “기존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지능화해 담당 여행사 실무자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싱가포르에 법인 설립도 완료했다. 서 대표는 “싱가포르 항공은 물론 타 항공사들과 더 빠르게 NDC를 연동하기 위해서 거점을 마련해 두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유니콘 기업인 ‘트래볼루카’ 등 아시아의 여행사들에도 NDC 기반 예약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누아 사무실에서 임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