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뉴욕 증시 공모 초대어 쿠팡…상장 후 주가는?

by박종오 기자
2021.03.11 00:01:00

쿠팡, 11일 美증시 상장…주가 관심↑
고평가에 주가 하락 우려도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의 상장 후 주가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몸값이 워낙 비싸게 매겨진 데다 최근 증시가 조정받는 추세여서 쿠팡 주가가 내리막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0일(이하 현지 시각) 공모가를 확정하고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쿠팡은 공모 희망가격을 32~34달러로 높여 잡았다. 종전엔 1주당 27~30달러를 제시했다.

공모가가 최고액인 34달러로 정해지면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40억8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이는 공모액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 중 삼성생명(032830) 다음으로 큰 규모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0년 5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43억 달러를 공모한 바 있다.

쿠팡의 전체 발행 주식 수(17억671만4142주)에 공모가 최고액인 주당 34달러를 곱한 쿠팡의 기업 가치도 580억 달러(약 66조원)로 치솟는다.

단순 몸값만 보면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05930)(483조원)와 SK하이닉스(000660)(97조원)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다. 3위인 LG화학(051910)(63조원)을 넘어선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쿠팡의 상장 후 주가 동향이다. 개인의 공모주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쿠팡 상장 후 주식 매수 여부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주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예상한다. 쿠팡 기업 가치가 애초 경쟁사 대비 너무 높게 책정된 탓이다. 상장 후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대신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PSR)는 4.8배로, 미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4.4배)보다 높다. 쿠팡의 PSR은 중국의 알리바바(9.3배), 징둥닷컴(8.6배)의 절반 수준이지만, 이 역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거래액 전체를 매출액으로 인식하는 직매입 비중이 높지만, 알리바바는 거래액의 일부인 판매 수수료만 회사의 매출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둘의 매출 인식 방법을 통일해 비교하면 쿠팡의 기업 가치가 알리바바보다도 고평가돼 있을 수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7일 보도를 통해 “쿠팡의 미국 기업공개(IPO)는 아마존의 밸류에이션(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며 “(쿠팡의 기업 가치는)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신세계, BGF리테일, 현대백화점 등 재벌이 소유한 6개 유통 업체를 합친 시장 가치를 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발 나비 효과가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보고 네이버(035420) 등 국내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끌어올려서다.

한 증권사의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관 투자가들은 쿠팡이 쿠팡이츠, 신선 식품 사업 등 아마존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쿠팡의 상장 후 주가가 내려간다면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