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무역전쟁 90일간 임시 휴전…협상 타결 가능성은?

by방성훈 기자
2019.07.01 00:00:00

트럼프-시진핑, 90일 협상 재개 합의…입장차 여전
협상결렬 전례…“임시봉합·깨지기 쉬운 평화” 지적
"임시 봉합 그치고 불확실성 지속…최종 합의 난망"

도널드 트럼프(왼쪽 첫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무역담판을 벌였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일 간 무역협상 재개’를 전제로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최악은 면했다”며 한숨을 돌렸다.

당장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는 했지만 무역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 담판을 벌이고 무역전쟁을 임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외형적으로는 지난해 12월초 아르헨티나에서 합의할 때와 유사하다. 9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히자는 큰 틀만 제시했다.

미국은 협상 기간 동안에는 추가적인 대중 관세를 유보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달 협상 결렬 이후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10%로 25%로 인상했다. 이후 나머지 325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절차를 진행중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시간을 벌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선을 앞두고 농민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포문을 거두기는 했지만 무역전쟁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 보조금 지원·기술탈취·지식재산권 등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 어떻게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또는 위반했을 때 보복할 수 있는 절차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균형된 합의’를 거듭 주장하며 미국 측 요구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아편전쟁 후 맺은 난징조약처럼 굴욕적·불평등 조약이 될 수 있다”며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 측과 계속해서 협상하고 갈등을 관리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협상은 평등해야 하고 상호 존중해야 하며 각자의 합리적인 걱정거리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주권과 존엄 문제에 있어 중국은 반드시 자국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존재하지만 양국 이익은 고도로 융합돼 있다. 서로 촉진하고 공동 발전해야 한다. 충돌과 대항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양국이 조율, 협력,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그동안 기업과 투자자를 불안에 떨게 했던 교착 상태가 일단락됐다. 두 경제대국의 ‘신냉전 돌입’에 대한 공포도 일시적으로 줄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시 주석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좋은 회담을 가졌고, 아주 좋은 관계를 확인했다. 시 주석도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고 의지도 가지고 있다.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긴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급할 것이 없다”고 밝혀온 만큼, 협상이 언제쯤 어느 수준에서 타결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희생량이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서도 제재가 부분적·일시적으로 완화될 것인지, 완전히 해제될 것인지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는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주요 돌파구는 신호조차 없었다”면서 ‘여전히 깨지기 쉬운 평화’라고 지적했다.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을 뿐 궁극적으로 결과가 보장 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25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도 타결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갈등 및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는 “어느 쪽도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협상이 합의나 진전보다는 제자리에서 맴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