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4.07.14 01:00:00
온실가스 규제덜한 중국등으로 국내공장 이전 가속화 우려
전경련, 제도시행시 추가비용 28.5조 발생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산업계는 준비가 덜 된 데다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예고한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해 기업경쟁력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배출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강행하겠다는 넌센스“라며 “급히 서두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온실가스규제를 위한 국가 간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에 지난 2009년 가입했다가 2012년 탈퇴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이 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가입의무가 없는데도 한국은 자발적으로 이 협약에 가입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디스플레이 등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규제가 덜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에도 걱정이 태산이다. 전경련은 최근 정부의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 적용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향후 3년간 기업들은 최대 28조5000억 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산업계는 정부가 지난 2009년 과소 전망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적용, 배출허용 총량을 결정해 감축해야 하는 배출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계가 2010년 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0년 예상 배출량을 추산해보니 정부 예측치보다 10%이상 높게 나왔다.
국내에선 배출권 거래제 자체가 활성화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삼성전자(005930) 등 몇 개 기업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 차지하는 상황이기에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시장구도라는 분석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사고파는 시장참여자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래의 배출량을 예상하고 기업별로 감축량을 할당하는 것도 제도가 갖고있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선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출량 증감은 기업의 절감 의지나 노력에 관계없이 경기 호·불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정부가 2020년까지의 배출량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감축 목표치를 기업들에 할당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도 환경부 등 정부부처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009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30%를 설정한 이후 장기간 준비해온 마당에 이제 와서 일정이나 목표량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 이형섭 서기관은 “업종별로 최근 3개년간의 배출량을 계산해 향후 목표량을 현실적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기업들이 정부가 과도한 감축목표를 세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가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면 기업들은 할당 범위내에서 배출행위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은 기업은 초과한 다른 업체에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반대로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은 배출권이 남은 기업에게서 배출권을 매입해 충당할 수 있다. 최근 3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12만5000톤인 업체 또는 2만5000톤인 사업장에 적용된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이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업체는 470여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