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삼성전자, 주가 방어 나설때"

by강예림 기자
2013.06.24 06:00:00

스마트폰·버냉키 쇼크에 주가 급락..외국인 탈출 엑소더스
"실적 외에 수급적 버팀목 필요"

[이데일리 강예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근의 외국인 매도와 주가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안정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외국인 매도가 일어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지만 수수방관할 경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지난 21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2.9% 급락했고 외국인은 이 기간 무려 2조6000억원 가까운 매도 공세를 퍼부었다. 스마트폰 실적 우려가 방아쇠를 당긴 뒤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되는 듯했으나 이후 예상치 못한 버냉키 쇼크 파고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 기간 전체 외국인 순매도 금액 5조1000억원의 절반 가까이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현금인출기가 된 셈이다. 향후 버냉키 쇼크에서 비롯된 전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국면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추가로 팔아 한국 시장에서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전자가 실적 만을 믿고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2월 처음으로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섰고 2000년대 들어서도 총 9차례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가장 최근은 지난 2007년 1월로 총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뒤 지금껏 배당 외에는 눈에 띄는 주가 방어책을 쓴 적이 없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시장 투자 자금이 회수되는 현 상황에서는 주가가 바닥을 형성하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IT 업체 최고 수준의 실적과 노트3 출시 등 실적 측면의 변수 외에도 연기금 투자 확대, 자사주 결정 등 수급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1분기말 현재 보유현금은 44조원, 연간 예상 영업이익도 4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는 오히려 향후 회사 주가에 대한 할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적 측면이 붕괴되는 것은 물론 회사 자체적으로 회사 앞날에 대한 확신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의 경우, 과매도 구간인 것은 확실하다”며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에도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과 자주 비교되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올초 스마트폰 실적 우려로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 4월 무려 6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의 주가 부양책을 내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같은 애플의 행보 때문에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도 주주 이익 측면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불안감을 단순히 자사주매입으로 잠재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물량만 잔뜩 떠안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승우 IBK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4년의 사례를 보면 자사주 매입으로 단순히 주가가 올라간다는 가정은 맞지 않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사주 취득기간을 이용해 더 적극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섰던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이후 중간배당을 실시해 오고 있고 올해도 오는 30일을 기준일로 중간배당을 예고한 상태다. 중간배당 금액은 지금까지 7월 하순경에 확정돼 왔고 지난 2010년 주당 5000원(7500억원 상당)을 제외하고는 매해 주당 500원씩 750억원 가량의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이번 시장 불안 국면에서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안정책을 실시하지 않는다해도 애플이 대규모 주가부양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이번 중간배당 시 얼마를 돌려줄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