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경쟁적 가격인상‥소비자는 없었다

by김정남 기자
2012.05.16 07:10:09

삼성-LG 초기 OLED TV, 1000만원 이상으로 책정
"남보다 비싸게"..경쟁적인 `프리미엄` 경쟁
삼성-LG가 국내 시장 장악.."소비자 배제했다" 지적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6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과 LG가 세계 최초로 내놓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가격을 1000만원대로 책정한 것을 두고, 소비자는 배제한 공급자 중심의 가격 책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명품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두 회사가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이는 바람에 OLED TV 초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일근 LG전자(066570) TV연구소장(전무)은 지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OLED TV보다 훨씬 더 나은 제품"이라면서 "(삼성보다) 싸게 팔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권 전무의 이날 발언은 지난 10일 김현석 삼성전자(005930)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이 "55인치 OLED TV 가격을 11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한데 따른 것이다.

LG가 채용한 화이트 방식 OLED 기술은 삼성의 RGB 방식보다 원가가 덜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LG도 화이트 방식의 OLED 기술이 가진 원가 경쟁력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TV 가격은 삼성보다 더 비싸게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권 전무는 "프리미엄 전략"이라고 했다. 더 좋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파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언론에 공개한 55인치 크기의 OLED TV 양산형 제품.

물론 OLED TV는 기존의 LCD TV보다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다. 그만큼 잔상 없이 자연색을 재현할 수 있다. 앞으로 OLED TV가 평판 TV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세계 최초로 내놓은 삼성과 LG의 OLED TV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초기에 가격을 높여 놓으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마케팅 효과를 낳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초기 판매량이 적어도 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판매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질 때도 더 싼 것 같은 착시 효과도 얻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만만치 않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가격에 제동을 걸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두 회사 간의 프리미엄 가격 경쟁으로 애꿎은 소비자들만 더 많은 돈을 지불해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베스트바이 등 가전 유통업계의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 등과는 달리 국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통까지 힘을 뻗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LG의 국내 TV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과 LG는 지난 2008년 7월부터 평판TV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출고가를 인상했던 담합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적이 있다"면서 "공정위를 제외하고는 제재할 방법이 없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개발비가 들어간 OLED TV의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는 현재 TV 시장을 삼성과 LG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두 기업이 소비자의 실제 구매력보다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쌓는 데 더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월드IT쇼에서 선보인 55인치 크기의 OLED TV 양산형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