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中항공산업]②한국, 항공부품 강자로 뜬다
by안재만 기자
2011.07.05 10:10:04
중국·인니 등 항공기 제작업 강화
한국은 `조용`.."부품수출 늘려야"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중국이 C919 개발을 앞세워 에어버스, 보잉에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이 항공기 제작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항공기 제작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가 경제와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하는 항공시장을 자력으로 접수하겠다는 정부측 의지 때문.
반면 한국은 항공기 완제품 생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군용기를 생산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인 것. 무역업계에서는 "첨단 부품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수출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기 제작 능력이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대한항공(003490)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이미 한 차례 항공기 제작사업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T-50 |
이어 "T-50 등 군용기를 만드는 국가에서 민항기를 왜 못 만들겠느냐"면서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인도네시아도 항공기는 제작할 수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 T-50의 국산화 비율은 60% 가량. T-50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면 한국이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한다.
다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는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편. 항공기 제작에도 적잖은 자금이 투여되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서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항공기 운항사들이 제작에 관여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항공기 부품 분야만큼은 놓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부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편이지만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87 날개 및 동체 구조물을 공동 개발 중이다. B747-8에도 주익연장 날개 등 부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도입한 A380에도 대한항공의 기술력이 녹아 있다. 공기 저항을 줄여 주는 페어링 부품, 짧은 활주거리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양력 장치 등이 공급됐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 날개를 개발 중이고 삼성테크윈, 한화 등 수많은 국내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항공기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기 부품업체는 약 80여개사이며 이 가운데 직접 수출하는 업체는 20여개사 정도다.
작년 국내 항공기 부품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8억5000만달러 가량으로 세계 12위 수준의 항공 기술력에 비해 수출 실적이 많지 않다는 것이 코트라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보다 주도적으로 항공기 부품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코트라는 성공적인 사례로 터키에 진출한 한일이화를 꼽았다. 한일이화의 터키 자회사 아싼한일이 터키항공과 함께 항공기용 시트를 생산키로 한 것.
`시트가 무슨 항공산업이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항공기용 시트는 비즈니스석 시트가 대당 중형차 한대값인 3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도입한 시트는 대당 1억원선이다.
아싼한일은 일단 이코노미 클래스 시트 1만대(연간 기준)를 생산할 계획인데 터키항공은 해외 항공기 제작업체들에 모두 이 시트를 장착해야 한다고 못박을 방침이다.
코트라 이스탄불KBC의 관계자는 "터키 정부는 `메이드 인 터키` 제품이라는 데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터키항공이 세계 8위 항공사로 전 세계 123개 도시를 취항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과의 합자 형식으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특히 연 평균 8%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항공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기업과 합자, 합작 기업을 설립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