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보리 기자
2008.11.17 07:43:07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경제위기에 대해 "지금은 성장 전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력을 다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를 이루는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라며 각계 각 층의 노력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3차 라디오 연설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제가 워싱턴에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최근 미국 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쌀쌀한 날씨에 가랑비마저 흩날리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막 세계 20개 나라 정상들을 만나고
나오는 길입니다.
회의장엔 내내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EU 집행위원장인 바로소는
이 상황을 인류 문명이 기록된 이후
최대 위기라고까지 규정하였습니다.
호주의 러드 총리는 금융과 실물 위기에 이어서
실업 대란이 올 것이고,
그에 이어서 정치적 혼란이 뒤따를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특히 실업률이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처럼 빠르고,
내려갈 때는 에스컬레이터처럼 느리기 때문에
이 문제 해결에 세계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저는 고심하고 또 고심해 마련한
우리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특별히 금융위기를 빌미로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100% 동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또 신흥경제국에 외화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선진국과 신흥국 양쪽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았습니다.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를 통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함께 취해 나가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IMF 스트라스 칸 총재 등 각국 정상들이
감세조치와 재정지출을 온 세계가 동시에 함께 하게 되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주장한 이런 내용들은
합의 내용에 대부분 반영되었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모여서
이런 구체적인 합의를 이룬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에게
매우 뜻 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도 지적했지만,
세계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이 때,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의 이행을 주관할 나라로
영국, 브라질과 함께 선정된 것입니다.
새로운 경제금융질서를 만드는데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의 입장과 발언권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워싱턴 회담을 통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정상외교의 중요성입니다.
이번 세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각국의 물밑 경쟁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행여 소외될까,
갖은 노력을 다해 참석하려는 정상들을 보면서,
또 때를 가리지 않고 지구촌 곳곳을 돌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상들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치열한 외교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저 또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사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서구와 아시아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국의 브라운 총리도 한국 등을 직접 거론하면서
신흥국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 격동의 시대에
실용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와 적극적인 기여를 통해서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숲에서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높은 곳을 찾아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처한 어려움의 실체를 알려면,
우리 안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밖에서, 세계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여러 정상들과 의견을 나누어보니,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참으로 비상한 각오로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 정상에게 정부가 취하는 위기 대책들에 대해서
내부의 반대는 없느냐고 묻자,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저에게 지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어떻게 한가롭게 여와 야, 노와 사,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위기 극복을 위해 총선까지 연기했습니다.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하나가 됐습니다.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것은
강력하고 유능한 오바마 후임 대통령에 의해서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협력이
매우 긴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뭉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질 것입니다.
단합이냐, 분열이냐,
그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곳에 온 많은 정상들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내년도 세계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내년도 경제성장을
제 자리 걸음,
심지어 뒷걸음질 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성장 전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력을 다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입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서민을 우선하고, 일자리를 우선하고
중소기업을 우선 한다는 원칙 아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은행은 마른 논에 물을 대듯
낮은 금리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사는 모두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시고,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에
하나가 돼 주십시오.
언론도 국익을 사려 깊게 고려하고
국민의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그동안 강성이었던 구미의 한 대기업 노조가
2년간 일자리를 보장하는 대신에,
임금을 동결하고,
원가절감운동 등 기업 살리기에 앞장서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매우 고마운 일입니다.
결국은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입니다.
실물 경제를 살리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도
결국은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데로
모아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서 꼭 그렇게 해 냅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저는 이제 APEC 정상회의를 위해서
남미로 또 이동해야 합니다.
아마 여러분이 라디오 연설을 들으시는 동안,
저는 상파울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남미 방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따뜻한 훈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