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우 기자
2005.12.07 07:00:01
[이데일리 이승우기자] 경기가 살아나지 못해 물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던 기름값이 내년에는 물가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크게 올랐던 유가가 앞으로도 오를 여지가 있는데다 더 치명적인 것은 그동안 내수가 부진해 유류제품에 대한 수요측 물가 압력이 낮았던 것에 비해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환율 하락이 유가상승분을 상쇄해줬지만 내년에는 환율의 큰 폭 하락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은 `2006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민간소비가 4.5%, 설비투자가 5.4%로 확대되는 등 내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는 세계원유수요의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여력 불충분 등 현 수급여건이 지속되면서 올해 평균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내년 원유도입단가를 배럴당 55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 36.2달러에서 올해 51달러로 올린 것에 비하면 가격 상승폭이 상당히 둔화됐다.
언뜻 보면 내년 유가 상승률이 10% 내외로 올해 40%(36.2달러→51달러)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 물가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 회복이 가시화하면 고유가의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 즉 고유가로 인해 채산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던 기업들이 내수가 살아나게 되면 슬슬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도 그렇고 시장 컨센서스가 내년에는 유가가 올해에 비해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기업들이 내년에 가격 결정력을 되찾아 억눌렸던 물가 압력이 분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또 "원유는 선물로 거래되기 때문에 올해 상승분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유가 상승률이 크지는 않지만 올해 내내 억눌렸던 물가로 상승으로의 전이 압력이 내수 회복과 맞물려 점차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환율 하락이 그나마 유가 상승분을 상쇄해줬지만 내년에는 그런 기대가 쉽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