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못하면 리픽싱' 메디맵바이오 펀딩에 쏠리는 눈
by임정요 기자
2025.12.01 08:00:50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항체신약 개발사 메디맵바이오가 지난 2년간 진행한 시리즈 B를 마무리지었다. 누적 256억원을 투자받았다.
메디맵바이오가 투자유치에 성공한 배경에는 회사의 기술이전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높게 산 것으로 파악된다.
메디맵바이오는 31일까지 계약금 300만 달러 혹은 총규모 3억 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2건 만들지 않으면 몸값을 리픽싱 해야하는 조건을 걸고 펀딩을 진행했다. 해당 내용은 작년 1월이 기한이었지만 3월로 한차례 늦춰졌고 올해 10월로 두번째 지연된 바 있다.
이번 라운드에는 기존 투자사인 K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 현대투자파트너스, 아이엠투자파트너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6개 기관이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또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서울투자파트너스, 스닉픽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에이온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동방에프티엘, HLB바이오스텝 등 8개 신규 기관이 새로 합류하며, 총 14개 기관이 메디맵바이오의 시리즈 B 라운드에 참여했다.
메디맵바이오는 투자받은 자금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개발, 파이프라인 ‘MFA031’의 사업화 추진에 쓸 계획이다.
메디맵바이오는 강유회, 조홍석 공동대표가 2017년 6월 창업했다. 강 대표는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에서 학사, 옥스포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내며 면역관문억제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학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재직했다. 당시 강 대표도 삼성종합기술원에 재직하고 있어 두 사람이 합심해 면역항암제와 항체치료제 개발을 진행한 것이 인연이 되어 창업에 이렀다.
메디맵바이오는 독자적인 융합항체 플랫폼 기술 ‘메디링크’(MediLink™)를 기반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체에 면역조절 사이토카인을 융합해 정밀한 면역신호 조절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MFA031’은 면역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와 차세대 면역조절 사이토카인 융합치료제다. 자가면역질환과 장기이식 거부반응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서 면역 균형을 회복시키는 효능을 지녔다.
이번 투자금은 MFA031을 포함한 주요 파이프라인의 사업화 추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그리고 글로벌 기술협력 확대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메디맵바이오는 서울시가 조성한 바이오·의료 창업 지원 플랫폼 서울바이오허브의 네트워킹과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넓혀왔다. 이러한 활동이 이번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맵바이오는 2024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 과제에 선정됐고, 올 9월에는 일본 글로벌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 쇼난아이파크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타이거 2025’에서 1위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Cytokine 2025’ 국제 학회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MFA031’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융합항체 기반 면역조절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알릴 계획이다.
강유회 메디맵바이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면역치료제의 개발 및 사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메디맵바이오는 2019년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서 30억원을 조달하며 투자전 기업가치로 120억원을 인정받았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BNH인베스트먼트가 투자했다.
이어 2021년 2월 클로징한 시리즈 A라운드에서 180억원을 조달하며 430억원의 프리밸류를 책정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가 후속투자했고 지앤텍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케이런벤처스(Co-GP), KB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이번 시리즈 B 라운드는 2023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투자유치건을 총합한 것이다. 이 라운드에는 회사의 기술이전에 투자자들이 상대한 기대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2024년 1월까지 계약금 300만 달러 혹은 총 규모 3억 달러 이상의 기술이전 계약을 2건 이상 체결하지 못하면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전환가를 80%로 조정한다는 리픽싱 항목을 설정했다.
계약 체결 자체는 시점의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픽싱 기한을 3월 말로 설정해 추가 RCPS 발행을 이뤘고 이어 이달 말로 기한을 늦춰 또 RCPS를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메디맵바이오에 자금을 대는 것에는 여전히 회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디맵바이오에 투자한 한 VC 심사역은 “그 어떤 조건에서라도 펀딩이 되는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다운밸류로 저렴하게 라운드를 진행해도 펀딩이 안되는 곳은 안된다. 리픽싱을 걸든, 어떤 조건에서든 100억원 이상 펀딩이 되는 회사들은 좋은 회사이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홍석 메디맵바이오 대표는 기술이전 계약 진행과 관련해서 “회사가 확인해줄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