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200회 휘둘러 모텔 업주 살해…잔혹범행 이면엔 [그해 오늘]
by이재은 기자
2025.01.09 00:00:00
범행 5일 전부터 약물 복용 중단…출동 경찰엔
납득 어려운 수준 말로 범행 동기 등 진술하기도
‘무기징역 구형’ 檢 “사건 인지, 심신미약 아냐”
변호인 “불안정한 상황, 공탁·반성 참작해 선처”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1월 9일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충남 서천에서 60대 모텔 업주를 흉기로 살해한 피고인에게 대한 중형이 유지된 것이었다. 일면식 없는 피해자가 잔혹한 범행으로 숨지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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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3년 4월 27일이었다. A씨는 이날 B(사망 당시 69세)씨가 운영하던 서천의 한 모텔에서 B씨를 주먹으로 폭행해 쓰러뜨리고 일어나려는 피해자를 걷어차 의식을 잃게 했다.
곧 B씨는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됐고 A씨는 현장에 있던 흉기 등을 200차례 이상 휘둘러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
비용을 내지 않고 객실을 이용하려던 것을 B씨가 제지하며 퇴거를 요청하자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B씨의 시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손괴했으며 이미 숨진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내리치기도 했다. 또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이름을 묻자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조사 결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A씨는 범행 5일 전부터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을 언급하며 ‘내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말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약을 먹으면 너무 졸리고 어지러워 운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피고인의 범행 수단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고 결과가 참혹하다”면서도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A씨의 경찰 진술을 비롯해 정신감정을 맡은 전문의 소견 등을 종합한 결과였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유사 상황에서는 이 사건 범행과 같은 심각한 폭력성을 드러낸 적이 없어 심신미약 상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2심 법정에서 1심과 같은 구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며 “피고인은 범행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점에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경찰이 출동하고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었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하지 못했으나 피고인 측이 1000만원을 공탁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해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A씨 측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의 양형 기준, 동종 사건에서의 양형 사례와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 측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징역 27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