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택배 여니 ‘영아 시체’가…30대 딸은 왜 엄마에 보냈나 [그해 오늘]

by강소영 기자
2024.11.23 00:01:02

고시원 방에서 홀로 출산한 30대 여성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아이까지 살해
“날 대신해서” 연락 끊긴 엄마에 택배로 보냈다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5년 11월 23일. 광주지법 제3형사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영아살해와 시체 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당시 35세·여)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30대 여성 A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고 그 사체를 자신의 어머니에게 택배로 보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의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신생아 사체가 담긴 택배상자. (사진=뉴시스)


이혼 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살며 포장마차에서 일하던 A씨는 그해 5월 28일 오전 2시를 훌쩍 넘겨 고된 몸을 이끌고 고시원으로 향했다. 몸은 더더욱 무거워졌고 계단을 오르자 진통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진통 끝에 그는 자신의 방에서 홀로 여아를 출산했다. 출산의 고통도 잠시,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A씨는 급기야 아이의 입을 막았다. 그렇게 아이의 얼굴을 막길 세 차례, 결국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고 A씨는 자신이 살인자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그렇게 숨진 아이와 자신의 고시원 방에서 엿새를 보낸 후 전남에 사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시신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5년 전 상경한 후 사실상 연락이 끊긴 상태였지만 A씨는 자신을 대신해 아기를 잘 수습해줄 거라고 믿었다.

A씨는 흰색 수건과 검정색 바지로 아이를 감싼 다음 빨간 가방 안에 아이를 넣었다. 이후 서울 강동우체국에서 가로 30㎝, 세로 20㎝ 크기의 택배상자에 가방을 넣고 ‘저를 대신해 이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내용의 메모도 함께 적어넣었다.





A씨가 가명으로 사용하는 이름으로 택배를 보냈던 탓에 딸이 보낸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웠던 A씨의 어머니는 택배를 열어봤다가 영아 시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A씨가 택배 상자에 함께 넣었던 메모. (사진=뉴스1)
신고를 받은 경찰은 택배가 발송된 강동우체국 CCTV를 분석해 광진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는 A씨를 검거했다.

당시 A씨는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 착신이 정지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가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딸을 살해한 비정한 엄마가 결국 마지막에 의지할 곳은 자신의 친정엄마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구속됐고 재판장에 세워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상에서는 “모성애를 끊을 만큼 누가 그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나”, “죄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세상이 오길”이라며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의견과 “살인은 그 어떤 이유도 용납할 수 없다”, “부모를 선택하지 않고 태어난 아이는 무슨 죄인가” 등 A씨의 범행을 비난하는 의견이 대립했다.

그해 11월 23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A씨에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짧지만 순간적으로 잘못하면 아기가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숨을 쉬지 않는 아기를 보고 별다른 조치 없이 일주일 동안 방안에 방치한 점을 볼 때 미필적이나마 아이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남편과 헤어진 후 혼자 생활하면서 극심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었고 출산 후 혼란스러운 심리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