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외면한 아미코젠, 1300억 공장 애물단지 전락 우려

by송영두 기자
2024.06.27 10:42:21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바이오 소부장 기업 아미코젠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회사 측은 매각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미코젠은 어떤 식으로라도 투자를 유치하거나 투자 유치가 여의찮을 경우 매각도 고려해야 할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 이면에는 최근 준공한 1300억원 규모 공장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과의 수주 계약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쉽지 않고 공장 준공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규모 생산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미코젠(092040)은 지난 21일 경영권 매각 보도가 나온 후 주가가 급락했다. 전날(20일) 7990원이던 주가는 매각설이 나온 당일 770원 하락한 7220원으로 집계됐고, 다음날인 22일에는 1300원이 다시 하락하면서 5920원에 머물렀다. 특히 회사 측은 이틀에 결쳐 매각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여지를 남기면서 주가는 이틀만에 약 26% 감소했다.

아미코젠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SI)를 유치하고 있다. 다만 SI 유치다 보니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주주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부분이 열려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매각과 금액이 마치 확정적인 것처럼 언급됐는데 그 부분은 정해진 게 없다. 최근 준공한 대규모 배지와 레진 생산시설을 활용한 신사업 박차를 위해 전략적 투자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미코젠은 유전자 진화기술, 단백질공학 기술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1세대 바이오 벤처다. 사업은 크게 △효소 및 바이오제약 △헬스케어 △바이오부품 소재 배지 및 레진 3가지 분야로 나뉜다. 지난해 매출 1599억원, 영입이익 21억원을 기록했는데, 약 96% 매출이 효소 및 바이오제약, 헬스케어 사업에서 발생했다.

아미코젠 송도 배지 생산시설.(사진=아미코젠)
아미코젠은 최근 송도와 여수에 각각 대규모 배지(연면적 7000평, 연간 최대 4만ℓ 생산), 레진(연면적 1500평, 연간 최대 10만5600㎏ 생산)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2020년부터 배지와 레진 신사업을 추진했고, 2022년 생산시설 첫 삽을 뜨고 2년여 만에 결실을 봤다. 회사는 국내 최초 대규모 국산 배지 및 레진 생산시설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8일 송도에서 성대한 준공식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기관투자자들도 다수 초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배지 및 레진 신사업을 결정한 것은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크로마토그래피 레진 시장규모는 연평균 약 13% 성장해 2025년 약 1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지 시장도 2019년 4000억 원에서 2027년 8900억원~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선점,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국산화 제품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아미코젠은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는데 약 1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사채 및 메자닌 등 외부 투자 유치가 이어지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됐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장단기 차입금도 1000억원대로 늘어났다. 특히 사채와 유동차입금을 합한 1년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약 508억원에 달한다. 부채총계도 141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배지와 레진 신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20년 대비 차입금은 5배, 부채총계는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현 금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현금성자산은 약 129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으로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송도와 여수에 준공한 대규모 생산시설까지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유치가 절실하다. 결국 재무적인 문제 때문에 매각 등 SI 투자 유치에 나서게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미코젠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회계 및 재무적인 부분 때문에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미코젠은 현재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자회사 로피바이오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등 자금을 투입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지난해 유증을 했고, 올해 또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매각 얘기가 나오고 SI 투자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아미코젠이 회사 크기에 비해 무리하게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 생산시설은 미리 수주를 받고 짓는 방식이 아닌 생산시설을 구축한 뒤 수주해야 하는 방식으로, 생산시설 가동이 어떻게 될지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등 타 산업군과 다르게 바이오는 생산시설을 짓기 전 미리 수주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연구실에서 생산한 제품과 신규 생산시설에서 생산한 제품 품질이 동등하다는 보장이 없다”며 “결국 신규 생산시설에서 생산한 제품이 기존 제품 대비 동등성을 입증하고 수주 계약에 나서야 한다. 동등성을 입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아미코젠이 당장 수주를 받아 생산시설을 가동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미코젠 측은 “배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생산시설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정부가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산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같은 기업들도 테스트하고 있어 하반기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현재 리스크가 아예 없다고 볼순 없다. 그런 우려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미코젠은 삼성과 셀트리온을 앞세워 수주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아미코젠 배지를 활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들이 아미코젠 송도 공장을 방문했고, 배지 테스트까지 진행했지만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도 “아미코젠 배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수주 계약 등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직 국산 배지가 글로벌 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이 아미코젠의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배지 등을 사용하기에는 걸림돌도 많다는 전언이다. 바이오 기업은 기존 사용하던 배지와 다른 새로운 배지를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는 임상 개발에 많은 자금이 투여되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핵심인 세포배양에 필수적인 배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진행하던 임상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미코젠의 신규 생산시설이 장기간 가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생산시설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장비는 고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미코젠 생산시설 같은 특수한 공장은 오랜 기간 가동이 안되면 가치가 감소한다. 대형 설비 등이 들어가 있다보니 생산시설 외 공간으로 사용하기 힘들고, 설비는 가동을 안하면 고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주하면 된다고 하지만, 배지의 경우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바이오 기업들이 사용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며 “신규 생산시설에서 테스트를 하려면 라인을 세우고,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 인력 등 다른 기회비용까지 하면 몇십억원이 투여돼야 한다. 결국 수주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도 필요하고, 수주가 안 될 경우 대규모 생산시설은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